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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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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일단 스포일러 주의! 이장훈 감독의 ‘기적’은 반전을 통해 관객을 울리는 영화다. 말 그대로 눈물샘을 자극하며 울리기도 하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울림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은 경상북도 봉화의 시골 마을. 외부와의 통로는 기찻길뿐이지만, 정작 마을엔 기차역이 없다. 그래서 준경(박정민)은 매일같이 청와대에, 역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편지를 쓴다.

준경의 곁엔 항상 누나 보경(이수경)이 있다. 수학 천재인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는 보경은 언제나 준경을 보살핀다. 러닝타임이 절반을 넘어갈 즈음, 영화는 남매에 얽힌 슬픈 사연을 드러낸다. 준경이 어릴 적 세상을 떠난 보경은, 이후 준경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로서 항상 동생 곁에 있었다. 그때야 우린 알게 된다. 이때까지 보경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준경과의 투 숏(두 명이 나오는 장면)뿐이었다는 걸. 이때부터 보경은 자유로워지며, 준경이 여자친구 라희(임윤아)와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할 때도 그 자리에 함께한다.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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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 태윤(이성민)이다. 그는 딸 보경의 죽음과 연관 있었고 그것을 평생 마음의 짐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태윤을 가운데 놓고 준경과 보경이 위로하는 쓰리 숏은 이 영화에서 가장 절절한 장면이다. 눈물로 고백하는 아버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아들, 비로소 아버지 곁에 오게 된 딸. 잔잔하지만 뭉클한 화해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