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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저지율이 겨우 23.3%, 누구 탓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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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강민호

강민호

도루 저지는 포수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플레이 중 하나다. 2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아웃과 세이프가 결정된다. 신시내티 레즈의 조니 벤치(74)가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타격 못지않게 뛰어났던 도루 저지율(통산 43.5%) 덕분이다. 그런데 올 시즌 KBO리그 포수들은 뛰는 주자 앞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1일 발표된 2021년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는 4명이다. 장성우(KT 위즈),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유강남(LG 트윈스), 최재훈(한화 이글스)이 자웅을 겨룬다. 최근 3년 연속 포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수비 이닝(720이닝) 미달로 후보에서 빠져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강민호는 통산 6회, 세 선수는 첫 수상 도전이다.

후보 중 시즌 도루 저지율이 30% 이상인 포수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최재훈이 28.4%로 가장 높고 장성우가 20.2%로 가장 낮다. 넷의 평균은 23.3%다.

이는 골든글러브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KBO리그에선 도루 저지를 20개 이상한 포수(4명) 중 성공률이 30% 이상인 선수가 전무하다.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10년 조인성(당시 LG)이 50개의 도루를 잡아내며 도루 저지율 32.3%를 기록,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2011년 골든글러브는 강민호의 차지였지만, 양의지와 정상호(당시 SK 와이번스)가 40%가 넘는 도루 저지율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현대야구에서 도루의 중요성은 이전만 못 하다. 2011년 KBO리그 팀당 도루 시도는 평균 173회. 올 시즌에는 약 23%가 감소한 133회였다. 뛰는 주자가 줄었으니 잡아내는 횟수가 감소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다른 문제다. 최근 5년 동안 도루 저지를 70회 이상한 포수 9명 중 저지율이 30% 이상인 선수는 양의지(35.7%)뿐이다. SSG 랜더스 이재원(23.9%), 두산 베어스 박세혁(24.9%)을 비롯한 주전급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포수의 송구 능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 도루 허용은 투수의 영향도 크다. 투수의 동작이 대부분 빨라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주자들이 투구 동작이 느린 투수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뛴다. 그건 포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도루에서 포수 송구만큼 중요한 게 주자를 묶는 투수의 능력이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 빨라야 한다. 투구 동작이 크고 느릴수록, 도루 허용률이 높아진다. 투구 시 허리를 굽혀야 하는 언더핸드스로 박종훈(SSG)에게 도루 허용은 숙명에 가깝다.

A 구단 코치는 “각 팀에서 전력 분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만큼 투수의 습관을 쉽게 간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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