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악수 거부당한 김사니, 결국 사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2일 도로공사전을 끝으로 3경기 만에 물러났다. [사진 KOVO]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2일 도로공사전을 끝으로 3경기 만에 물러났다. [사진 KOVO]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김사니(40) 감독대행이 11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시즌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 경기 전에 “오늘 경기 종료 후 구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먼저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나도 무언가 책임이 있다. 반성해야 한다. 너무 죄송하다”라고 했다.

기업은행은 11월 21일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 경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팀을 두 차례나 이탈한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를 두둔했다. 이후 조송화와 김 코치의 무단이탈과 항명 사실이 알려졌고, 비난의 화살이 기업은행을 향했다. 비상식적인 결정에 논란이 일자 다음날(22일) “신임 감독이 선정 전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대행은 “새 감독님이 오시면 (나는) 코치로 내려올 것이다. 구단으로부터 내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 코치로 (팀을 계속) 지키지 않을까 싶다”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한 김사니 대행은 “서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 전 감독은 “그런 적 없다”며 맞섰다. ‘진실 게임’ 양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자부 나머지 6개 팀 감독은 김 대행과 악수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항명의 주체가 감독대행을 맡자 그의 적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사니 대행은 결국 팀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나로 인해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코치를 맡을 일도 전혀 없다고 했다.

기업은행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 IBK기업은행의 요청으로 조송화(28)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었다. 상벌위는 개최 하루 전인 1일 오후 돌연 연기됐다. 조송화 측은 “상벌위 의견 진술 및 소명자료 제출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연맹은 “징계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침묵해온 조송화는 변호사를 선임,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드러냈다. 연맹에 따르면 2005년 프로리그 출범 후 선수가 변호인을 선임해 상벌위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7월 김연경(흥국생명의 임의탈퇴 규정에 대한 이의신청), 2021년 11월 대한항공 정지석(데이트 폭력 및 불법 촬영 등)이 상벌위에 변호인을 참석시켰다. 오는 10일로 연기된 상벌위원회에서 조송화는 변호인을 통해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선수에 대한 상벌위가 흔치 않았고, 변호인 선임을 예도 거의 없었다. 이번처럼 선수가 상벌위를 연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상벌위에서 구단과 선수 측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조송화가 변호인을 선임한 건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징계 수준에 따라 선수 생활 지속 여부와 잔여 연봉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상벌위가 귀책사유를 구단에서 찾는다면 기업은행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조송화에게 2022~23시즌까지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조송화가 복직 투쟁과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반면 조송화의 무단이탈을 계약 해지 사유로 본다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업은행은 심각한 치명상을 입게 될 거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