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국물, 보드라운 면발…미쉐린 사로잡은 칼칼한 맛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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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걸쭉한 고깃국물, 보들보들한 면발. 칼국수만큼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도 없을 테다. 사진은 1966년 창업한 명동교자에서 촬영했다. 신선한 겉절이 김치, 옹골찬 만두, 고슬고슬한 차조밥이 칼국수와 찰떡궁합이다. 장진영 기자

걸쭉한 고깃국물, 보들보들한 면발. 칼국수만큼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도 없을 테다. 사진은 1966년 창업한 명동교자에서 촬영했다. 신선한 겉절이 김치, 옹골찬 만두, 고슬고슬한 차조밥이 칼국수와 찰떡궁합이다. 장진영 기자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가 최근 2022년 서울편을 발간했다. 서울 식당 169곳이 꼽혔는데, 음식 평균값이 4만5000원 이하인 ‘빕 구르망(Bib Gourmand)’ 식당이 61곳 있었다. 빕 구르망 목록을 살펴봤다. 한식·중식·일식 등 다양한 식당 중에서 칼국숫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어서였다. 『미쉐린 가이드』가 선택한 칼국숫집은 모두 세 곳이었다. 세 집 모두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처음 나온 2017년부터 6년 연속 선정됐다. 흥미로운 건, 세 집의 칼국수가 제각각이라는 사실. 육수는 물론이고 면발의 질감, 고명까지 개성이 뚜렷하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 인증 마크. 세 식당 모두 6년 연속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 인증 마크. 세 식당 모두 6년 연속 선정됐다.

면 사리·공깃밥은 공짜

55년 역사의 칼국숫집 명동교자를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추억에 끌려올 테다. 명동에 미도파백화점과 명동국립극장이 있던 시절부터 명동교자를 찾던 이들은 어쩌면 추억을 곱씹기 위해 칼국수를 먹는 것인지 모른다. 비록 2021년 겨울의 명동은 코로나 탓에 을씨년스럽지만 명동교자 같은 노포가 있어 식사시간이라도 활기가 돈다. 명동교자는 현재 명동 본점과 1호점, 이태원점. 이렇게 세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수십 년 묵은 단골은 아니지만, 명동교자에서 국수 먹는 방법은 늘 동일하다. 자리를 잡는다. 국수(9000원)와 만두(1만원)를 주문하고 선불로 계산한다. 국수를 후루룩후루룩 삼킨다. 마늘 듬뿍 들어간 김치를 칼국수 한 젓갈마다 집어 먹는다. 김치가 떨어질 때쯤 직원이 보충해준다. 무료 차조밥(가끔은 추가 사리)을 시켜 국물에 말아 먹는다. 깨끗이 그릇을 비운 뒤 직원이 건네준 껌을 씹으며 일어난다.

명동교자는 5시간 내외로 푹 고아낸 닭 육수를 쓴다. 삼켜도 될 정도로 보드라운 면발에 국물이 푹 스며들어 술술 넘어간다. 고명도 화려하다. 볶은 양파, 목이버섯, 부추, 닭고기와 완당 만두 네 점을 얹는다. 언제 먹어도 한결같이 푸짐하다. 창업주 고(故) 박연하씨의 둘째 아들인 박휘준(54) 대표는 “아버지가 강조하신 넉넉한 인심, 좋은 식재료에 대한 고집을 지키려 애쓴다”고 말했다.

뽀얀 한우 사골 국물

황생가칼국수는 북촌의 터줏대감이다. 황의원 사장이 오후 4시쯤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 모습. 최승표 기자

황생가칼국수는 북촌의 터줏대감이다. 황의원 사장이 오후 4시쯤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 모습. 최승표 기자

북촌 황생가칼국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수한 고깃국 냄새가 확 풍긴다. 뒤이어 황의원(63) 사장이 직원들과 만두 빚는 모습이 보인다. 황 사장이 할머니가 살던 집을 2001년 리모델링해 식당을 연 뒤 지금까지 변함없는 풍경이다.

‘사골칼국수(1만원)’가 대표 메뉴다. 한우 사골과 양지, 사태를 푹 고아 내 국물이 뽀얗다. 정성 들여 끓인 곰국 한 사발 대접받는 것 같다. 면발이 제법 두껍고 탱글탱글한데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고기·양파·애호박·표고버섯·느타리버섯을 볶아서 고명으로 내는데, 숨이 죽지 않은 양파가 사각사각 씹힌다. 황 사장은 “60도에서 살짝 볶은 양파가 더부룩한 밀가루 음식의 단점을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황생가칼국수는 주말이면 1000그릇 이상 국수를 판다. 최승표 기자

황생가칼국수는 주말이면 1000그릇 이상 국수를 판다. 최승표 기자

밑반찬으로 겉절이 김치와 백김치를 내준다. 고랭지 배추만 쓰고 2~3일 숙성한다는 백김치는 적당히 숨이 살아 있으면서도 단맛이 두드러진다. 배를 많이 쓴 덕분이란다.  황 사장이 손수 빚은 왕만두(1만원)는 채소가 넉넉히 들어가 씹을수록 고소했다.

황생가칼국수는 소격동 본점 말고도 전국에 11개 지점이 있다. 직영이 아니어서 맛이 조금씩 다르다. 카카오와 컬리에서 간편식도 판다. 하나 식당 음식 맛과 같을 순 없다. 본점을 찾아오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다. 황 사장은 “미쉐린 가이드 선정으로 더 긴장하며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단골이 실망하지 않도록 일관된 맛을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동처럼 통통한 면발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바지락으로 육수를 낸다. 최승표 기자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바지락으로 육수를 낸다. 최승표 기자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뜨내기 관광객이 웬만해선 갈 일 없는 서초동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다. 경부고속도로 서초IC와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의 중간, 서초구청 건너편에 움튼 국숫집은 직장인과 동네 주민이 드나드는 식당이다. 산동칼국수는 1988년 테이블 7개를 놓고 개업했다. 올 7월엔 허름했던 옛 건물을 헐고 번쩍번쩍한 4층 건물을 세웠다. 언론 노출을 한사코 꺼리는 임병주(62) 사장은 주차 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이 집 칼국수(9000원)는 바지락 육수를 쓴다. 수북이 쌓인 바지락의 때깔만 봐도 질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국물 맛은 과연 시원했다. 바지락이 뿜어낸 강렬한 감칠맛, 숭덩숭덩 썬 애호박에서 나온 단맛, 청양고추의 아릿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면발은 다른 칼국숫집보다 훨씬 통통했다. 거의 우동 면발에 가까웠다. 면발 탄력이 워낙 강해 후루룩 삼키진 못하고 한참 오물거려야 했다. 국물 간은 꽤 짭짤했다. 국수를 반쯤 먹다 고추 다진 양념을 한 스푼 넣으니 시원한 맛이 배가 됐다.

속이 꽉 찬 임병주 산동칼국수 만두. 최승표 기자

속이 꽉 찬 임병주 산동칼국수 만두. 최승표 기자

칼국수 먹을 때 왕만두(9000원)를 곁들이면 좋다. 만두 역시 투박한 인상이었는데 속이 무척 옹골찼다. 여럿이서 푸지게 먹고 싶다면 보쌈이나 족발을 주문하면 된다. 여름 한정 메뉴인 콩국수를 먹으러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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