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한 윤석열 후보 측근을 선대위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부산과 전남 순천·여수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배편으로 제주에 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가 있다”며 “모른다면 그냥 가고, 안다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상임 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는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도 겸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홍보 예산이 약 300억원 이상 집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윤 후보 측이 이 대표가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홍보본부를 맡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소문을 이 대표가 직접 시인한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당무 거부라고 하는데 나는 우리 후보 선출 뒤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에는 당무를 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 기억에는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이었던) 김석기·성일종 의원을 (윤한홍·박성민 의원으로) 교체해달라고 권성동 사무총장이 요청한 것 외에는 어떤 보고나 협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당 의원들은 사람에게 충성하는 행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향후 선대위 관련해선 이 대표는 “저는 김병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생각하고 운영했으면 한다”며 “언론 활동도 열심히 하는 김병준 위원장이 공간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나는 지방 일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마음대로 해보라’고 비꼰 셈이다.
윤 후보를 향한 공세는 이날 저녁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했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윤 후보를 만들었다”며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이 당을 수직적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부터가 신선함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비판을 쏟아냈던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 관련, “익명으로 장난치고 후보 권위를 빌어 호가호위하는 것”이라며 “저는 실패한 대통령 후보,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패싱’ 논란에 대해선 “저에게 상의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물어본 바 없고, 결정 사항을 갖고 설득하려는 시도만 있었던 것 같다”며 “이수정 교수 영입이라든지 결론을 정한 상황에서 통보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