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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거짓말에 놓친 엿새···접촉자 272명 'n차감염'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인 40대 목사 A씨 부부의 10대 아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실이 2일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특히 A씨 부부는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 입국 후 자택까지 30대 지인의 차량을 이용해놓고는 ‘방역택시’를 탔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30대 지인 관련 접촉자만 최소 79명이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졌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환자는 모두 6명이다. 이날 오후 A씨 부부의 아들이 오미크론 판정을 받았다. A씨 아들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의심사례로 분류, 전장유전체 분석을 받았다. 남은 오미크론 의심사례는 3명이다. 4일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방역당국 조사 결과, 6명의 오미크론 확진자 관련 접촉자는 최소 272명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와 이들에게서 2, 3차 전파된 이들이 7명인데 이들 관련한 접촉자만 132명에 달한다. 부부의 동선이 역학조사에서 일부 누락되면서 접촉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인천시 연수구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뒤 우즈베키스탄 국적 30대 지인 B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항에서 자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초동 역학조사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수구 관계자는 “부부가 방역 택시를 탔다고 해 B씨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항에서부터 이동하기까지 지인과의 접촉력이 누락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나중에 네 번째 사례(B씨)가 확진된 이후 재조사했을 때 접촉력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명백한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해당 지자체에서 고발조치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씨는 지난달 25일 부부 확진 뒤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아 26일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이후 28일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이 생겨 다시 검사를 받고 29일에서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부를 접촉한 지난달 24일부터 29일 확진되기 전까지 6일 정도 방역망에 잡히지 않았던 셈이다.

그새 B씨는 주거지 인근 식당과 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했고 업무를 본 탓에 관련한 접촉자가 대거 생겼다. B씨의 밀접 접촉자 중 같이 사는 부인과 장모 그리고 지인 등 3명은 이미 코로나19에 확진돼 오미크론 변이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이들 관련된 접촉자만 79명에 달한다.

B씨의 부인이 확진 전 인천시 미추홀구 대형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져 접촉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B씨 부인은 지난달 28일 교회의 외국인 대상 예배를 봤고 당시 중앙아시아 국적 외국인 411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다른 시간에 이뤄진 예배에도 신도 381명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구는 이들 신도와 교회 운영자 등 총 848명에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안내했다.

40대 부부 관련해서도 이미 코로나19 확진된 아들 이외 또 다른 자녀 1명과 항공기 탑승객 4명, 거주시설 노출자 등 7명의 밀접 접촉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외 항공기 탑승객 43명도 추적관리 대상이라 감염자가 잇따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출발한 해외입국자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심사를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출발한 해외입국자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심사를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나이지리아에 방문했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또 다른 경기도 거주 50대 여성 2명은 귀국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확진됐고 곧바로 재택치료해 입국 당시 이동을 도운 가족 1명(음성) 이외 밀접 접촉자는 없는 상태다. 같은 비행기를 탄 탑승객 중 밀접 접촉자 11명을 포함한 139명이 추적 관리 대상에 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이외 비수도권에서도 전파가 진행됐을 거로 보고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하면서 오고 가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11월 초부터 들어온 입국자와 접촉자를 전수 조사해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위험도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 등 오미크론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곳에서 입국하는 이들을 시설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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