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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공약 못 지킨다…다음 정부로 넘어간 '전작권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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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까지 임기 안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지키기가 불가능해졌다. 전작권 전환이 된다면 한국군 4성 장군(대장)이 평시와 전시 한ㆍ미 연합군을 지휘하게 된다. 2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 결과다. SCM은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양국의 군사정책 협의ㆍ조정 기구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서울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53차 한·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서울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53차 한·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전작권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확답을 받아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과 나는 내년 후반기 완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는 데에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했다.

한ㆍ미는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3차례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은 2019년 끝났고, 2단계 FOC는 아직 시작을 못 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기승을 떨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훈련에 필요한 인원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면엔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인 미국 측의 속내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FOC는 문 대통령의 임기인 내년 5월을 지나고 8월께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포기했다’는 보도(중앙일보 1월 25일자 1면)에 대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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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FOC 일정을 잡았더라도 전작권 전환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아니다. 한ㆍ미는 FOC 결과를 평가하면서 보완 사항을 찾아낸 뒤 전작권 전환 연도를 결정한다. 전환 연도 바로 직전 해에 보완 사항이 얼마나 고쳐졌는지 확인하는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치른다.

전작권 전환은 빨라도 다음 정부 중반에서나 가능한 셈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 매듭지으려다 정작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며 “FOC는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데,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연합훈련의 영구 중단을 내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맥케인함이 대만 해협 의 국제 수역을 지나가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미 태평양 함대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맥케인함이 대만 해협 의 국제 수역을 지나가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미 태평양 함대

양국은 공동성명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또한,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 주도 지역 구조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 수준에서 논의해 만든 문구이며, 장관 회담에선 언급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ㆍ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ㆍ미 군사당국도 대만 해협을 주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지난 5월 한ㆍ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5G, 차세대 이동 통신(6G) 분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도 중국을 자극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5G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중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양자,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한·미 과학기술협력이 확대됐다고도 양국 장관이 평가했다.

2019년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에서 미국 공군의 폭격기 B-1B 랜서 1대가 공군 F-16 2대, F-15K 2대, 미국 공군 F-35A 2대, F-35B 2대의 호위를 받고 비행하고 있다. 공군

2019년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에서 미국 공군의 폭격기 B-1B 랜서 1대가 공군 F-16 2대, F-15K 2대, 미국 공군 F-35A 2대, F-35B 2대의 호위를 받고 비행하고 있다. 공군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는 연합 작전계획(작계)의 내용과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기획지침(SPG)을 이번 SCM에서 확정했다〈12월 2일자 1면〉.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먼저 요구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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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기존 작계로 북핵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지만, 한국이 북한을 자극할까 우려했다“며 ”한ㆍ미가 서로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라고 귀띔했다.

전반적으로 한ㆍ미는 갈등 국면을 봉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52차 SCM에선 한ㆍ미간 골이 깊게 파였다.

매년 공동성명에서 나오던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질 정도였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원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국은 이번 53차 공동성명에선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의 현 전력 수준을 지속 유지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고립주의의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맹중심의 바이든 행정부로 바뀐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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