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숨었는데 안방만 본 경찰...여중생 비극 그뒤 시작됐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16:40

업데이트 2021.12.02 17:04

피해 여중생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캡쳐

피해 여중생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캡쳐

경남 양산 경찰 지난 7월 신고받고 출동 
경남 양산에서 여중생 4명이 함께 가출한 또래 여중생을 집단 폭행하며 동영상까지 촬영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해 집안 수색까지 하면서도 베란다에 숨어 있던 피해 여중생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초동 조치만 제대로 해 사전에 피해 여중생을 찾았다면 폭행사건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경남경찰청과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2일 오후 6시쯤 경남 양산의 한 주택에 경찰이 출동했다. 하루 전 가출한 피해 여중생이 이 집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서였다. 신고는 이 여중생 친척이 했다. 출동한 경찰은 2차례 집을 수색했지만 여중생은 찾지 못했다. 당시 피해 여중생은 베란다 세탁기 옆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안방 등은 수색하면서도 베란다는 둘러보지 않았다.

피해 여중생은 가출 이전에도 가해 여중생들과 이 집에서 자주 어울렸고, 가출 후에 이 집으로 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 이들 여중생 사이에 다른 폭행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건 당일 피해 여중생 친척과 가해 여중생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 피해 여중생 친척이 가해 여중생 한 명의 뺨을 때렸다.

경찰 돌아간 다음달 여중생 집단 폭행 당해 
폭행 사건은 경찰이 돌아간 다음날인 3일 오전 0시부터 수 시간 동안 이 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행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속옷 차림의 피해 여중생은 허벅지 부분에 식품 포장에 쓰는 랩이 감긴 채 꿇어앉아 있었다. 양손도 줄로 묶여 있었다. 잠시 뒤 여중생들이 ‘아 XX 똑바로 봐라, 일어나라. 꿇어라. 꿇어라. 아 XX 똑바로 안 꿇나?’라고 말하며 돌아가면서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이어 ‘내가 X같나? (아니요, 진짜 안 X같아요.) 아 하하하 XX아. (네.) 안X같아? (네.)야 조용히 해, 닥쳐. (한 번만 봐주세요.) 쉬쉬5 4 3 2 1.’ 라는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폭행은 계속됐다. 특히 가해 여중생은 피해 여중생에게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피해 여중생은 폭행이 계속되자 끝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피해여중생의 머리에 가해여중생들이 속옷을 씌워 둔 모습. JTBC 캡쳐

피해여중생의 머리에 가해여중생들이 속옷을 씌워 둔 모습. JTBC 캡쳐

경찰 조사 결과 몽골 출신 이민자인 피해 여중생은 가정 문제로 집을 나온 뒤 평소 알고 지냈던 선배들이 머무는 이 집에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주택은 가해 여중생 중 한 명의 집으로 사건 당일 부모는 함께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자주 어울렸던 이들 선후배 간에 폭행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가해 여중생 측은 “피해 여중생이 술에 취해 버릇없이 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피해 여중생 측은 “폭행 당일 피해 여중생 친척이 가해 여중생을 때린 것에 앙심을 품고 폭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신고뒤 한 달뒤 조사 
이후 수사 과정도 아쉬운 부분이 여럿이다. 피해 여중생 측은 폭행을 당한 지 이틀 뒤인 7월 4일 경찰에 진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피해 여중생을 조사한 건 한 달이 지난 8월 13일이었다. 피해 여중생은 다른 학교폭력 사건 가해자로 연루돼 이날 함께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중생이 조사를 받으러 오지 않아 조사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 여중생 진정서를 보면 ‘당시 언니들에게 묶여서 폭행을 당했고, 동영상도 찍혔다’는 진술이 있다.

실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해당 동영상 존재 여부는 8월 12일에야 확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피해 여중생이 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은 여러 경로로 유포돼 2차 피해까지 보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지난 10월 가해 여중생 2명은 공동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나머지 2명은 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경찰 "감금과 협박 혐의 적용 어려워"
경찰관계자는 가해 여중생들에게 공동폭행 혐의만 적용하고 감금 및 협박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피해 여학생이 자발적으로 가해 여학생 집에 찾아갔고, 경찰이 찾아갔을 때도 스스로 숨어 감금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봤다”며 “폭행 끄트머리에 가해학생들이 협박성 발언을 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폭행 과정에 한 것이어서 큰 범주에서 폭행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공동폭행 혐의만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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