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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량 9년래 최저…"집 살 수도 팔 수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6주 연속 둔화했다. 급등한 집값에 대한 부담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 주택매수세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잇따라 나타난 영향이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인상(0.75→1.00%) 이후 첫 조사였던 11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보다 0.01%포인트 줄어든  0.10%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도 0.16%로 일주일 전보다 0.02%포인트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을 통한 돈줄 죄기의 충격은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 인천 지역에 크게 작용했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 이번 주 77주 만에 오름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됐다. 지난해 6월 첫 주 보합을 기록한 이후 1년 반 만의 일이다.

도봉구(0.07%)는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다소 커졌지만, 노원구는 0.08%로 지난주(0.09%)보다 오름폭이 둔화하는 등 '노도강'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대출 규제에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0.21→0.17%). 인천(0.25→0.22%) 등도 오름폭 감소가 컸다.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사실상 끊긴 데다 그렇다고 가격을 확 낮춘 급매물도 많지 않다"며 "대출규제의 영향이 커지면서 집을 살 수도 팔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줄면서 거래절벽은 이어지고 매물은 쌓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09건으로 전달(2699건)보다 390건 더 줄었다. 이는 2019년 3월(2282건)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거래량(3만9876건)도 2012년 같은 기간(3만2970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 4만 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달 1일 기준 4만5000건(4만5341건)을 돌파했다. 한 달 전(4만2471건)과 비교해 6.7%(2870건) 늘었다.

최근 여당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했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내년 집값을 전망하는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R114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15일간 전국 1311명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는 '집값 상승'을 선택했다. 여전히 상승이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상승 응답은 줄었고, 하락 응답은 상대적으로 늘었다. 직전 조사인 2021년 하반기 상승 응답은 62%에 달했다.

매매가격 상승의 이유로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40.66%)'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 부족 심화(18.04%), 덜 오른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12.66%), 선거 앞두고 정책 기대 강화(7.5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매매가격 하락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50.26%)이 '대출 규제에 따른 매수세 약화와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꼽았다.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량 부족(14.44%) 등도 주요 이유였다. 내년 상반기 핵심 변수를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20.29%가 '대출, 세금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지속 여부'를 택했고, 17.24%는 2022년 대통령 선거 이슈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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