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친과 언니도 죽인 30대의 자백…재판부는 의도 의심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피고인, 언니는 왜 죽였나”(재판장)
“…”(피고인).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아파트에) 들어갔나? 사실대로 말해봐라”(재판장)
“…”(피고인)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 공판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집으로 돌아온) 언니를 언제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냐”는 질문에도 남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한날한시에 자매를 잃은 아버지가 피고인의 모습을 또렷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정신감정에서 "범행당시 심신장애 상태 아냐" 결론

대전고법 형사3부(정재오 부장판사)는 2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요청한 정신감정 결과에 대한 공개가 이뤄졌다. 정신감정을 진행한 보호관찰소는 “범행 당시 심신장애가 없었고 건전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재판부와 검찰에 회신했다. 김씨의 상태가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지난 8월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이 선고된 다른 재판을 참고해 피고인에 대한 심리검사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이 진정한 반성이었는지, 인간으로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심리검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6월 25일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지난해 6월 25일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정재오 부장판사는 “피해자 유족의 입장과 검찰의 공소 사실, 피고인 심문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서 검찰이 요청한 피해자 유족 증인 신청과 피고인에 대한 추가 심문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1일 오후 4시 추가 공판을 진행한 뒤 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여자친구 목졸라 죽인 뒤 언니까지 잔혹하게 살해

김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0시30분쯤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 A씨(38)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A씨 언니(39) 집에 침입, 방에 숨어 있다가 이튿날 새벽 돌아온 언니를 살해했다.

김씨는 자매를 살해한 뒤 언니의 차를 훔쳐 울산으로 달아났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도주 과정에서 훔친 여자친구 언니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고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도주 중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 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묻기도 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는 2일 오후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고법 형사3부는 2일 오후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신진호 기자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사형이 선고된 다른 재판을 참고해 피고인에 대한 심리검사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 8월 31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이 진정한 반성이었는지, 인간으로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심리검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 "범행 자백하고 인정한 배경 의문"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1차 공판 때도 재판부는 김씨가 경찰·검찰 수사과정에서 일찌감치 자백하고 범행을 인정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범죄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김씨가 ‘자백과 범행 인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공판 때도 김씨는 “왜 언니까지 살해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해 7월 1일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부모의 신고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2곳에서 각각 숨져 있는 A씨 자매를 발견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 방치된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은 하루 뒤인 7월 2일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김씨는 구속된 뒤 1심 재판부에 16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여자친구와 다투다 살인을 저질렀고 도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언니 집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두 딸을 잃은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큰딸까지 살해하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엄벌에 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제 인생은 두 딸이 살해당했을 때 산산조각이 났다”며 “심인 미약을 주장하는 범인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