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주중 日대사 불렀다…中 폭발시킨 아베 '대만 발언'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16:13

업데이트 2021.12.02 16:18

"대만의 유사(有事·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미·일 동맹의 유사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1일 강연에서 한 이 발언에 중국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2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일 밤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 대사를 긴급약견(緊急約見)해 아베 전 총리가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엄중한 교섭(항의)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1일 열린 대만 싱크탱크 주최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1일 열린 대만 싱크탱크 주최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약견'(約見)은 중국 외교부가 타국 외교관을 외교부 청사로 부르거나 별도 장소에서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날 나온 아베 전 총리 발언에 대한 불만을 전하기 위해 한밤중에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는 의미다.

화 부장조리는 또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베 전 총리가 오늘 대만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으로 잘못된 발언을 해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공공연히 중국의 주권에 도발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국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대만에 대해 언급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며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나가지 말라. 그러지 않으면 필경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된다"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전날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아베 전 총리 발언에 대해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로, 다른 사람이 함부로 손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中 군사적 모험은 경제적 자살"

아베 전 총리가 일본 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현직 총리나 각료도 아닌 한 정치인의 발언에 일국 외교부가 이 정도로 거세게 항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아베의 발언이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신경진 기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신경진 기자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대만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유사(有事)는 미·일 동맹의 유사"라는 말로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해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과 일본이 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아베는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결코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군사적 모험은 경제적 자살로 가는 길이기도 하며 대만에 군사적 모험을 시도하는 경우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중국은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 "정부 떠난 분의 발언…" 

아베 발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작심 항의는 결국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와 일본 정부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연일 미국의 '중국 포위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이 지침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을 피하려 개헌까지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아베의 발언이 있던 1일엔 일본 방위성이 사거리 1000㎞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2020년대 후반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을 겨냥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이 일본에 배치되는 데 반대하면서 "(배치될 경우) 대항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계해왔다.

중국의 거센 반응에 일본 정부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2일 정례 회견에서 아베 발언에 대한 중국의 항의와 관련해 "정부를 떠난 분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만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일본 국내에 이같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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