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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분쟁’에 발목 잡힌 툴젠 “환매청구권 부여”

중앙일보

입력

권순일 툴젠 종자연구소 팀장이 식물 배양실에서 실험용 감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툴젠]

권순일 툴젠 종자연구소 팀장이 식물 배양실에서 실험용 감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툴젠]

코스닥 이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툴젠이 2~3일 일반 투자자 청약에 들어간다. 이번 청약에서 툴젠은 환매청구권을 부여해 투자 자금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툴젠은 1999년 설립된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형질에 대한 유전 정보를 담은 DNA의 염기서열을 교정해 형질을 변형하는 기술이다. 서울대 화학과 교수 출신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1999년 설립했다.

기술력만큼은 인정받는 툴젠이지만 투자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툴젠은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 결과 29.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1일 공시했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의 45%가량은 희망가격을 10만원 아래로 제시했다. 희망가격을 7만원 미만으로 제시한 곳도 28.7%로 집계됐다.

툴젠 CI. [사진 툴젠]

툴젠 CI. [사진 툴젠]

이에 따라 툴젠 공모가는 7만원으로 확정했다. 기존 공모가 밴드 하단(10만원) 대비 30% 낮아진 가격이다. 이에 대해 툴젠 측은 “최근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하면서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보수적인 관점으로 공모 가격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툴젠이 흥행에 실패한 배경으로는 ‘특허 분쟁’ 리스크가 꼽힌다. 툴젠은 현재 미국에서 2건의 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특허 저촉 심사에 휘말려 있다. 저촉 심사는 미국 특허심판원이 동일한 발명 특허로 출원한 다수의 기업·인물 중에서 보다 먼저 발명한 곳(인물)을 가리는 절차다. 툴젠은 CVC그룹(미국 UC버클리 등), 브로드연구소(미국 MIT·하버드대 등)와 저촉 심사를 진행 중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도. [사진 툴젠 홈페이지 캡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도. [사진 툴젠 홈페이지 캡처]

비장의 카드 ‘환매청구권’

일반 투자자 청약을 위해 툴젠은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환매청구권은 공모 참여자에게 손실 한도를 보증해 주는 제도다. 툴젠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공모가(7만원)의 90%(6만3000원) 가격으로 상장 주관사(한국투자증권)에 주식을 되팔 수 있다. 만약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기한 내 환매청구권을 행사해 손실을 –10%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툴젠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번에 100만 주를 공모하면 공모가 기준 7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 자금은 유전자가위 특허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RD), 임상·설비 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한다. 오는 1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병화 툴젠 공동대표는 “툴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사업 분야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라며 “유전자 가위 특허 수익화 사업을 정착하고, 나아가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세포치료제 R&D 전문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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