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A , 펑솨이 위해 1조 버렸다…"中서 대회 안연다" 초강수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14:20

업데이트 2021.12.02 14:52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중국)의 성폭행 고백 여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가 1조원이 넘는 수입을 포기하고 중국 투어 대회를 전부 보류하기로 했다.

펑솨이. [EPA=연합뉴스]

펑솨이. [EPA=연합뉴스]

스티브 사이먼 WTA 투어 대표는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이사회 결과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 개회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펑솨이가 압력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대회를 연다면 우리 선수와 스태프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펑솨이는 2014년 WTA 투어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면서 스타였다. 그런데 지난달 2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중국 최고지도부(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이었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수년에 걸쳐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돼 그의 신변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달 22일 토바스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와 영상 통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펑솨이는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가 많아 국제사회는 펑솨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WTA는 줄곧 "펑솨이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주장했지만 중국 당국에서 반응이 없자 엄청난 수입을 포기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WT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에 중국에서 10개 투어 대회를 열었다. 그중 한 시즌 왕중왕전 대회인 파이널스는 WTA의 주 수입원이었다. 지난 2018년 선전에서 파이널스를 2019년부터 10년간 열기로 했는데, 계약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2020~21년은 선전에서 열리지 않아 이 계약은 2030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WTA로서는 엄청난 결심을 한 셈이다. 파이널스는 2018년에 싱가포르에서 열렸는데 당시 총상금은 700만 달러였다. 그런데 선전에서 개최하기로 하면서 이듬해 총상금이 1400만 달러로 두 배가 뛰었다. 선전에서 열면서 중국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 차이나가 거액을 지원했다. 당시 우승자인 애슐리 바티(호주)는 442만 달러(약 52억원)를 받았는데, 남녀 통틀어 테니스 단일 대회 우승 상금 최다 액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당국이 파이널스 개최를 막으면서 올해는 지난달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렸는데 총상금이 500만 달러로 줄었다. WTA는 돈보다 펑솨이 안전, 나아가 여성 인권을 택한 것이다. WTA 투어의 결정에 미국테니스협회(USTA)도 "매우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고 지지했고, 1973년 WTA를 만든 '테니스 전설' 빌리 진 킹(78·미국)도 "사이먼 대표의 인권을 수호하려는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고 했다.

사실 WTA는 지난해부터 중국과 삐걱거렸고 펑솨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면서 중국 테니스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마음 것으로 보인다. WTA 사정에 밝은 이진수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WTA가 지난해 파이널스 개최 여부에 대해 수차례 연락해도 중국 측에서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파이널스 대회를 못 열어 큰 손실을 봤고, 올해는 아예 멕시코로 옮겨 개최했다. 중국 대회 관계자는 물론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펑솨이 사건을 명분 삼아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데도 중국이 WTA 목소리를 묵살한다면 앞으로 중국에서 투어 대회를 못 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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