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업화 안하지만 여전히 재배"…'GMO 갈등' 봉합 4년 만에 또 터지나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중앙일보가 드론을 띄워 상공에서 촬영하니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 둘러싸인 논에 누렇게 익은 벼가 가득하다. 이 논은 농진청이 GM벼와 GM콩·GM옥수수·GM잔디 등 GMO를 시험 재배하는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이다. 논 옆 망실하우스에는 GM사과와 GM토마토·GM배추·GM국화·GM면화·GM유채 등 6종(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포함)이 재배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중앙일보가 드론을 띄워 상공에서 촬영하니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 둘러싸인 논에 누렇게 익은 벼가 가득하다. 이 논은 농진청이 GM벼와 GM콩·GM옥수수·GM잔디 등 GMO를 시험 재배하는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이다. 논 옆 망실하우스에는 GM사과와 GM토마토·GM배추·GM국화·GM면화·GM유채 등 6종(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포함)이 재배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17년 "GMO 위험" 반발…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는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 둘러싸인 논이 있다. 농진청이 LMO(Living Modified Organism) 또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불리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시험 재배하는 격리 포장이다. 지난달 2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누렇게 익어가는 GM(유전자변형)벼가 가득했다.

농진청의 GM작물 재배를 두고 4년 전 가까스로 봉합된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앞서 110개 시민·환경·농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반GMO 전북도민행동은 "GMO가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한다"며 2017년 4월부터 133일간 천막 농성을 벌였다. 이에 농진청은 같은 해 9월 반GMO 전북도민행동과 협약을 맺고 GMO 상용화를 중단했다. GM작물개발사업단도 해체했다.

협약 이후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최근 지역 주민과 반GMO 단체를 중심으로 농진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농진청이 재배 면적을 대폭 축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주·완주혁신도시 논밭에서 GM작물을 재배하고 있어서다. 농진청이 GMO 연구를 포기하지 않은 까닭은 뭘까.

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에 누렇게 익은 GM벼가 가득하다. 국립농업과학원에만 있는 격리 포장(3865.1㎡)에는 벼(3414.1㎡)와 콩(301㎡)·옥수수(50㎡)·잔디(100㎡) 등 GMO 4종을 재배하고 있다. 망실하우스는 국립농업과학원(1035㎡)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2400㎡) 등 3435㎡ 규모다. 망실하우스에서는 사과(2400㎡)와 토마토(192㎡)·배추(168㎡)·국화(80㎡)·면화(25㎡)·유채(20㎡) 등 6종을 재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에 누렇게 익은 GM벼가 가득하다. 국립농업과학원에만 있는 격리 포장(3865.1㎡)에는 벼(3414.1㎡)와 콩(301㎡)·옥수수(50㎡)·잔디(100㎡) 등 GMO 4종을 재배하고 있다. 망실하우스는 국립농업과학원(1035㎡)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2400㎡) 등 3435㎡ 규모다. 망실하우스에서는 사과(2400㎡)와 토마토(192㎡)·배추(168㎡)·국화(80㎡)·면화(25㎡)·유채(20㎡) 등 6종을 재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북대에 일부 연구 맡겨…3년간 246억 지원 

농진청은 2일 "2017년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후 상업화 목적의 GM작물 개발 사업은 없다"며 "다만 수입 GMO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미래 대비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작물과 가축을 이용한 유전자 기능 연구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농진청은 GMO 분야의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종자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GM작물개발사업단을 운영했다. 7년간 총 504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상용화 중단 협약으로 사업단이 해체된 후에는 GMO 연구 일부를 경북대 농업생명공학연구단에 맡기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46억원을 지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GM작물개발사업단이 마무리하지 못한 일부 예타사업만 외부서 추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농촌진흥청 한 연구원이 GM작물의 환경 영향 평가를 하고 있다. 농진청이 "GMO 연구를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 만든 '생명안전성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을 캡처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한 연구원이 GM작물의 환경 영향 평가를 하고 있다. 농진청이 "GMO 연구를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 만든 '생명안전성과 홍보 영상'의 한 장면을 캡처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유전자 기능 확인 실험 99건…벼 49건 최다

농진청에 따르면 GMO 개발 절차는 ①유전자 발굴 ②기능 검정 ③계통 육성 ④위해성 평가 ⑤위해성 심사 ⑥품종 등록 및 상업화 순서로 진행된다. 앞서 GMO 논란이 한창이던 2017년 6월 당시 농진청에서는 GMO 146종을 연구 중이었다.

현재 농진청에서 추진하는 유전자 기능 확인 실험은 모두 99건이다. 작물 93건과 가축 6건이다. 벼가 49건으로 가장 많고, 배추(9건)·콩(8건)·사과(7건)·담배(4건)·국화(3건)·옥수수(3건)·유채(3건)·장미(2건)·토마토(2건)·고추(1건)·밀(1건)·양송이(1건) 순이다. 가축은 돼지만 6건이다. 농진청은 "고온과 가뭄·바이러스·병 저항성 등을 갖는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상용화를 위한 위해성 평가 단계의 작물·가축은 없다"고 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내 대형 망실하우스. 이곳에는 GM사과와 GM토마토·GM배추·GM국화·GM면화·GM유채 등 6종(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포함)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망실(網室)은 조류나 해충 따위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둘레를 망으로 막아서 만든 온실을 말한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내 대형 망실하우스. 이곳에는 GM사과와 GM토마토·GM배추·GM국화·GM면화·GM유채 등 6종(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포함)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망실(網室)은 조류나 해충 따위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둘레를 망으로 막아서 만든 온실을 말한다. 사진 농촌진흥청

"유전자 기능 연구, 육종 기간 단축" 

농진청은 "유전자 기능 연구가 육종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벼를 교배해 수량이 많으면서 병에 잘 안 걸리는 품종을 만들기까지 10년 이상 걸리지만, GM 기술을 통해 특정 유전자만 골라낼 수 있으면 육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현재 GM작물 시험 재배지 면적은 격리 포장(3865.1㎡)과 망실하우스(3435㎡) 등 7300.1㎡ 규모다. 격리 포장은 2016년(3만9410㎡)보다 약 10분의 1로 줄었다. 농진청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에 관한 법률(LMO법)에 의거한 절차에 따라 출입이 통제된 격리 포장에서 연구를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농업과학원 GMO 격리 포장 입구. 농진청은 "격리 포장에는 모두 비산방지망을 설치했고, 2017년부터는 벼 30m, 콩 10m, 잔디 10m 등 격리 거리도 설정했다"고 했다. 또 "지붕이 가려진 대형 망실하우스 출입구에는 에어샤워기를 설치했고, 차량 세척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며 "폐쇄회로TV(CCTV)와 출입 카드 시스템 등을 통해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O 격리 포장 입구. 농진청은 "격리 포장에는 모두 비산방지망을 설치했고, 2017년부터는 벼 30m, 콩 10m, 잔디 10m 등 격리 거리도 설정했다"고 했다. 또 "지붕이 가려진 대형 망실하우스 출입구에는 에어샤워기를 설치했고, 차량 세척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며 "폐쇄회로TV(CCTV)와 출입 카드 시스템 등을 통해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농진청 민관 합동 조사단이 미승인 GM작물이 주변에 방출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농진청 민관 합동 조사단이 미승인 GM작물이 주변에 방출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 "시료 전량 소각…외부 유출 차단"

농진청 민관 합동 환경 영향 조사 결과 지금까지 GMO 격리 포장 주변 농경지에서 종자 유출이나 생태계 오염은 없었다. 농진청은 2017년 10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명과 과학계 전문가 10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 농생명위원회를 출범했다. GMO 안전 관리 현황과 정보를 공유하고 환경 방출 등 민관 합동 조사를 하는 기구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에 화분이 외부로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비산방지망이 설치돼 있다. 격리 포장은 농업에서 타가 수정을 원칙으로 하는 작물의 종자를 생산할 때 바람이나 곤충에 의한 혼종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작물을 재배하는 논밭을 말한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에 화분이 외부로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비산방지망이 설치돼 있다. 격리 포장은 농업에서 타가 수정을 원칙으로 하는 작물의 종자를 생산할 때 바람이나 곤충에 의한 혼종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작물을 재배하는 논밭을 말한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은 "세계적인 연구 보고에 따르면 위해성 심사를 거친 GMO가 전통 육종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명체 내 유전자 기능 확인 및 평가 연구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지역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지난 9월 30일 충북 괴산군 현장실증포장에서 열린 콩 디지털농업 연시회에서 콩 전시포를 살펴보고 있다. 본 기사와 무관함. 뉴스1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지난 9월 30일 충북 괴산군 현장실증포장에서 열린 콩 디지털농업 연시회에서 콩 전시포를 살펴보고 있다. 본 기사와 무관함. 뉴스1

주민 "불안하다" 반GMO단체 "위원회 형식적"

하지만 GM작물 재배지가 있는 정농마을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200여 명이 사는 정농마을 주민 대부분은 쌀 농사를 짓는다. 여성만 전 정농마을 이장은 "아직 GMO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보지 않는다"며 "매년 안전 검사 등을 보여주기식 연례행사처럼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GMO 단체도 농진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기세다. 이세우 반GMO 전북도민행동 대표는 "애초 농생명위원회는 민관 거버넌스 형식으로 꾸려졌는데 농진청장과 실무자들이 몇 번 바뀌면서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공유되지 않아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전국 단위 반GMO연대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 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축구장 절반 크기의 논에 누렇게 익은 벼가 가득하다. 이 논은 농진청이 GM벼와 GM콩·GM옥수수·GM잔디 등 GMO를 시험 재배하는 'GM작물 격리 포장(圃場)'이다. 논 옆 망실하우스에는 GM사과와 GM토마토·GM배추·GM국화·GM면화·GM유채 등 6종(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포함)이 재배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GM작물 격리 포장'을 둘러싼 펜스(울타리).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