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엔 참여, 책임은 회피…이사 등재 피하는 총수일가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12:03

대기업 총수나 그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로 등재하지 않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총수일가가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미등기임원으로 여러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고 수백억원대 보수를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등기이사는 감소, 미등기임원은 다수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연합뉴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연합뉴스

공정위는 2일 ‘2021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 등이 분석 대상이다. 올해 처음으로 기업집단에 선정된 회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사외이사‧감사위원‧위원회 등 제도적으로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완비돼간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운영 면에서는 여전히 지배주주를 견제하기 부족하다”는 게 공정위 평가다.

총수가 있는 54개 기업집단의 2100개 계열회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중은 15.2%였다. 2019년엔 17.8%, 지난해 16.4%였다. 매년 1%포인트 이상씩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삼천리‧코오롱‧미래에셋은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계열사 수가 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카카오는 111개 계열회사 중 4곳에만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복수 계열사서 보수 총 123억원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사례는 다수 나타났다. 이를 분석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가 총 176건이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등기 임원이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은 다수 재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흥건설의 정창선 회장의 경우 중흥건설, 다원개발, 중흥토건 등 총 11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등록됐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CJ, 제일제당, CJ E&M 등 5개 회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보수를 받았다. 이 회장이 이사로 올리지 않고도 CJ와 제일제당, E&M 이 3곳 회사에서 받은 보수만 123억7900만원에 달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CJ그룹]

미등기임원의 경우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고 사내 연봉 상위 5명에 들어야만 액수가 공개돼 이 회장이 대한통운과 CGV 임원으로 재직해 받은 보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 하이트진로의 박문덕 회장은 각각 6개, 5개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이나 규제 사각지대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집중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규제대상 미등기임원 재직(3.6%)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개미의 시대’ 늘어난 의결권 행사

한편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은 올해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수가 있는 기업의 이사회에 6374건이 올라왔는데 19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비율로는 99.7%에 달한다.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모든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주주총회가 늘면서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주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액주주가 행사한 주식 수가 지난해 총 6700만 주에서 1억2700만 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정위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상장사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고, 개인 주식투자자 비율도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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