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코로나 끝낼 구세주" 국내서도 이런 주장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11:49

업데이트 2021.12.02 14: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입원한 인천의 한 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입원한 인천의 한 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도 있다."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런 희망 섞인 시나리오를 내놨다. 물론 나쁜 쪽으로 진행될 시나리오도 경계한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가 이런 주장을 편다. 오 교수는 중앙예방접종센터장과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 교수는 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오미크론이 최악으로 갈 수도 있지만 좋은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다"면서 "델타 변이가 나와서 우점종(우세 변이)이 되면서 판도를 바꿨듯 오미크론이 우점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교수의 설명.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보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하고, 인간이 바이러스에 적응한다. 서로 상생하는 공(共)진화(co-evolution), 상호 진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세지고 독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오미크론이 독감이나 감기 수준이 되면 최상이다. 이게 델타 변이를 밀어내면 인류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오미크론의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세계 과학자가 달라붙어 있으니 다음 주 말쯤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공진화는 가상 시나리오일 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금 너무 심하게 오미크론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초점이 흐려진다. 지금은 델타와 긴박하게 싸워야 한다. 한 달간의 위드 코로나 기간에 부족한 점이 뭔지 냉정히 따져 시급하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 보건전문가도 오 교수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완전한 가설, 희망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오미크론이 그렇게 독하지 않게 보인다. 전파력은 빠른 것 같다. 오히려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진화이론에 의하면 바이러스가 오래 살고 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안 된다. 안 죽게 한다. 아마 오미크론이 그런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전문가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4개 있다. 이들도 진화과정을 거쳐 지금 상태로 정착했다.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번성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독일 차기 보건부장관 유력 후보인 임상 유행병학자 칼 로터바흐 교수가 나섰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0일(현지시간) 로터바흐 교수가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들이 말한 것처럼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경우 코로나19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미크론이 현재 주종인 델타 변이보다 2배나 많은 32개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감염을 시키기에 최적화된 것이며 덜 치명적인 것"이라며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이 진화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기처럼 가볍게 바뀐다는 뜻이다.

‘오미크론’ 증상 치명적일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미크론’ 증상 치명적일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감염자 4명 무증상, 1명 미열

지금까지 드러난 오미크론의 증상은 그리 독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내 오미크론 첫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와 30대 지인 등 3명은 처음에는 기침을 하고 가래가 나왔지만 2명이 무증상으로 호전됐다. 1명도 미열이 있지만 점차 호전되고 있다. 인천시의료원 관계자는 "셋 다 아무렇지 않다. 무증상에 가깝다"며 "이대로 가라앉으면 방역 기준에 맞춰 격리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오미크론 확진자 50대 여성 2명은 처음에는 두통·미열·어지러움·인후통 등이 있었으나 2일 무증상으로 호전됐다. 이날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오미크론 첫 발견자인 남아공 안젤리크 쿠체 박사가 해외 매체에 전한 기사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 환자들은 피로, 근육통, 두통, 마른기침 등 가벼운 증상을 보였다. 델타 변이 감염자와 달리 아무도 후각 이상, 미각 이상,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1일까지 남아공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172명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들은 다른 변이 감염자보다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보츠와나에서 1일까지 확진된 19명 중 16명이 무증상이다.

남아공에선 우점종이 된 듯 

오미크론이 우점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현재 남아공의 코로나19 확진자 표본의 4분의 3이 오미크론이며 지난달 염기서열을 분석한 모든 샘플의 74%가 오미크론"이라고 보도했다.

속단은 금물,내주 말까지 지켜봐야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오미크론 변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적어도 2주 이상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편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감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는 "오미크론 관련 가벼운 증상 보고는 일회성 요인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맞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부스터샷을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전염성과 심각성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약 2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남아공에서 1일 신규확진자가 8561명으로 폭증했다. 주말까지 하루 1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오미크론이 유아를 더 감염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남아공 임상생물학자 앤 본 고트버그 교수는 “유아 감염률이 올라가고 있어 걱정이다. 다만 현재 데이터만으로 오미크론 영향력을 확신할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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