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라 9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오다 지난달에 결국 3%까지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정책 때문에 올해 10월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착시 현상’ 없이도 11월 물가는 더 크게 상승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던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 통신비 지원 효과 없어도 고물가 여전
소비자물가는 두 달째 3%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10월에는 1년 전 정부가 펼친 ‘통신비 2만원’ 지원 효과 때문에 물가가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11월엔 이 기저효과가 사라졌는데도 기름값과 먹거리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며 고물가를 견인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5.5% 올라 2008년 7월(35.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를 20% 내렸지만, 인하분이 가격에 반영되는 데 시일이 걸려 물가 상승 폭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가격은 5.5% 상승했다. 2011년 11월(6.4%) 이후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최근 기온이 급감하며 작황이 부진해 7.6% 상승했다. 오이 가격이 1년 전보다 99.0%, 상추는 72.0% 비싼 상황이다.
특히 축산물 가격이 15.0%로 많이 올랐다. 달걀은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7% 비싸고, 수입 쇠고기(24.6%)‧돼지고기(14.0%)‧국산 쇠고기(9.2%) 등 고기값도 뛰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외식 가격이 3.9%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험서비스료(9.6%) 등 외식 이외의 서비스 가격도 2.3% 올라 전체 개인서비스 물가는 3.0% 상승했다. 2012년 1월(3.1%) 이후 최대다.
집세도 1.9% 올랐다. 특히 월세가 1.0% 상승해 2014년 6월(1.0%) 이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했다. 전세는 2.7% 올라 2017년 10월(2.7%)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12월에도 고물가 지속…'물가부처책임제' 도입키로
12월에도 높은 물가 상승률은 꺾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서비스 가격도 방역체계 전환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물가도 상당 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는 어려운 물가 여건 아래서 12월 내내 서민의 생활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의 빠른 반영을 위해 자영주유소 가격 인하를 독려하고, 도심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한 이격거리 조건(현행 1㎞)도 폐지하겠다”며 “아울러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의 확대, 12월 중 가격이 급등한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확대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석유류, 농산물 등 관계 부처별로 부문별 물가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물가부처책임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5.2% 올라 2011년 8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