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파랑, 여자-분홍’ 거부하는 젊은부모, '고급 아동복' 확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06:00

전면 등교와 함께 겨울 한파가 닥치면서 아동복 시장엔 되레 훈풍이 불고 있다. 외출복을 찾는 부모들이 늘면서 백화점 3사 모두 올해 아동복 부문에서 누적 매출 성장률이 20~40% 이상을 기록했고, 뉴발란스키즈·MLB키즈 등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출 45.8% 급증...아동복 잘 나가네 

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준으로 아동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특히 일부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의 경우 30~40% 고성장했다. 1인당 구매 금액 역시 지난해보다 15% 이상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상품군 매출도 같은 기간 22.5% 늘었다. 2020년 –4.2%, 2019년 2.8%의 매출 신장률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현대백화점의 올 1~11월까지 아동 매출 신장률은 45.8%에 달한다. 아동 상품군의 1인당 구매 금액도 지난해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지하 2층 아동 명품 매장 전경. 현대백화점의 아동복 카테고리 올해 누적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8%에이른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지하 2층 아동 명품 매장 전경. 현대백화점의 아동복 카테고리 올해 누적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8%에이른다. 사진 현대백화점

아동복 매출 증가에 힘입어 유통 업체들은 키즈 전문 편집 매장에 공들이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은 지난 2월 개장하면서 실내 정원이 자리한 5층 중심부에 아동 전문관을 열고 키즈 전문 편집매장인 ‘스튜디오 쁘띠’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지난 8월 문을 열면서 명품 키즈 편집샵 ‘퀴이퀴이’를 오픈했다. 2030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인 ‘발렌시아가키즈’ ‘끌로에키즈’를 비롯해 올해 7월 처음 출시한 ‘오프화이트 키즈’ ‘마르지엘라 키즈’도 국내 오프라인 매장 최초로 입점시켰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 역시 내년에 키즈 카테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아동복 전문 편집 매장 '퀴이퀴이.'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아동복 전문 편집 매장 '퀴이퀴이.' 사진 롯데백화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아이에게도 입힌다 

아동복 중에서도 고가 아동복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따르면 최근 키즈 명품 카테고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3~5월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키즈 카테고리 상품의 합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명품 아동 의류가 126%, 신발은 97%, 액세서리는 48% 증가했다. 매출 상위 브랜드로는 스톤 아일랜드 키즈와 몽끌레르·랄프로렌·버버리 등이 올랐다.

올해 1월 출시를 알린 톰브라운의 키즈라인. 사진 톰브라운 공식 인스타그램

올해 1월 출시를 알린 톰브라운의 키즈라인. 사진 톰브라운 공식 인스타그램

프리미엄 아동복 브랜드 출시도 활발하다.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아 눈에 띈다. 올해 1월 ‘톰브라운 키즈’를 시작으로, 4월에는 스트리트 브랜드인 ‘피어 오브 갓’이, 5월에는 런던의 디자이너 브랜드 ‘레지나 표’가, 6월에는 ‘메종 마르지엘라’, 7월에는 ‘오프화이트’ 등이 차례로 키즈 라인 출시를 알렸다.

이들은 구찌·버버리 등 누구나 알만한 명품 브랜드에서 내놓은 화려한 아동복과는 차별화한다. 명품 로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튀는 디자인보다는 소재와 모양새를 살린 일상복 위주의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부모의 옷차림과 비슷한 스타일로 ‘패밀리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내 아이도 나와 비슷한 스타일로 연출해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영향이 아동복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레지나 표 공식 인스타그램

내 아이도 나와 비슷한 스타일로 연출해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영향이 아동복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레지나 표 공식 인스타그램

아동복도 성인처럼 ‘젠더리스’

밀레니얼 부모들이 아동복을 선택하는 기준 또한 과거와 달라져 성 중립적 디자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오프화이트 키즈 공식 인스타그램

밀레니얼 부모들이 아동복을 선택하는 기준 또한 과거와 달라져 성 중립적 디자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오프화이트 키즈 공식 인스타그램

출산율은 점점 하락하는데 아동복 시장이 커지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아동 수는 줄어도 아동 한 명이 더 많은 의류를 구매하는 게 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를 지난 2014년 2조원대에서 올해 4조원대로 추산한다.

무엇보다 자신은 물론 아이의 스타일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된 것이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 랩 506’ 대표는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모였을 때는 아이들이 제 나이 또래의 맞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맞는 옷을 입고 자랐던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었다”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좋은 디자인이나 소재에 대한 경험이 높아지고 요구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김선엽 치프바이어는 “MZ세대들의 경우 ‘시밀러룩(비슷하게 맞춰 입는 것)’ ‘패밀리룩’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기존에 자신이 선호하는 해외패션 브랜드들의 아동복 라인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글로벌 브랜드들도 키즈 라인을 활발히 출시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출시되는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의 경우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브레이브 키즈 홈페이지

최근 출시되는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의 경우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브레이브 키즈 홈페이지

실제로 최근 선보이는 프리미엄 아동복들은 ‘젠더리스(성별의 경계를 없애는 것)’ 디자인이 큰 특징이다. 특히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의 경우 남녀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거나 무채색 계열을 쓰는 등 성별 중립적인 디자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명품·프리미엄 아동복이 단지 고가라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눈이 높은 성인들도 만족하게 할 만큼 디자인 요소가 세련되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혹은 남자는 바지 여자는 스커트 등 기존의 규범적 가치관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옷을 고르듯, 자녀에게도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의 옷을 선택해 입히고 있다.

전반적인 아동복 시장은 성인의 ‘미니미 룩’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리바이스키즈·모이몰른 등 여러 아동복 브랜드를 다루는 의류업체 한세드림 관계자는 “점점 성인 의류 트렌드와 아동복 트렌드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 소재의 외투가 유행하면 아동복에도 비슷한 제품이 출시되고,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 가치를 내세우는 패션 업계 트렌드가 아동복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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