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은 '면성애자'다···6년연속 뽑힌 서울 칼국수 맛집 3곳은?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05:00

진한 닭고기 육수와 보들보들한 면발, 마늘 맛 강한 겉절이 김치로 유명한 명동교자. 장진영 기자

진한 닭고기 육수와 보들보들한 면발, 마늘 맛 강한 겉절이 김치로 유명한 명동교자. 장진영 기자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는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17년부터 '면성애자'라는 말을 들었다. 면 사랑이 유별나서였다. 최근 발표한 2022년 서울편도 어김없었다. 이번에 선정된 서울 식당 169곳 중에서 음식 평균값이 4만5000원 이하인 ‘빕 구르망(Bib Gourmand)’ 식당이 61곳인데 냉면(6곳), 메밀국수(3곳), 소바(3곳), 라면(2곳) 등 면 요리 전문점이 즐비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칼국숫집이 유독 눈에 띄었다. 『미쉐린 가이드』가 선택한 칼국숫집은 모두 세 곳이었다. 세 집 모두 2017년부터 6년 연속 선정됐다. 흥미로운 건, 세 집의 칼국수가 제각각이었다는 사실이다. 육수는 물론이고 면발의 질감, 고명까지 개성이 뚜렷했다.

명동 터줏대감 – 명동교자

명동교자는 국수 한 그릇만으로도 푸짐한데 면 사리와 육수, 차조밥을 주문하면 공짜로 내준다. 장진영 기자

명동교자는 국수 한 그릇만으로도 푸짐한데 면 사리와 육수, 차조밥을 주문하면 공짜로 내준다. 장진영 기자

맛의 절반은 추억이다. 박찬일 셰프가 펴낸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의 제목을 뒤집어 봤더니 그럴싸하다. 55년 역사의 칼국숫집 명동교자에서 생각난 말이다. 그러니까 명동교자를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추억에 끌려올 테다. 명동에 미도파백화점과 명동국립극장이 있던 시절부터 명동교자를 찾던 이들은 어쩌면 추억을 곱씹기 위해 칼국수를 먹는 것인지 모른다.

코로나 시대, 명동 풍경은 차라리 을씨년스럽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이다. 명동교자 같은 노포가 있어 그나마 식사시간이라도 활기가 돈다. 명동교자는 현재 명동 본점과 1호점, 이태원점. 이렇게 세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명동교자는 미쉐린 가이드가 첫 서울편을 발간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빕 구르망' 식당으로 선정됐다. 장진영 기자

명동교자는 미쉐린 가이드가 첫 서울편을 발간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빕 구르망' 식당으로 선정됐다. 장진영 기자

수십 년 묵은 단골은 아니지만, 명동교자에서 국수 먹는 방법은 늘 동일하다. 자리를 잡는다. 국수(9000원)와 만두(1만원)를 주문하고 선불로 계산한다. 국수를 후루룩후루룩 삼킨다. 마늘 듬뿍 들어간 김치를 칼국수 한 젓갈마다 집어 먹는다. 김치가 떨어질 때쯤 직원이 보충해준다. 무료 차조밥(가끔은 추가 사리)을 시켜 국물에 말아 먹는다. 깨끗이 그릇을 비운 뒤 직원이 건네준 껌을 씹으며 일어난다.

명동교자는 5시간가량 푹 고아낸 닭 육수를 쓴다. 삼켜도 될 정도로 보드라운 면발에 국물이 푹 스며들어 술술 넘어간다. 고명도 화려하다. 볶은 양파, 목이버섯, 부추, 닭고기와 완당 만두 네 점을 얹는다. 언제 먹어도 한결같이 푸짐하다. 창업주 고(故) 박연하씨의 둘째 아들인 박휘준(54) 대표는 “아버지가 강조하신 넉넉한 인심, 좋은 식재료에 대한 고집을 지키려 애쓴다”고 말했다.

뽀얀 고기 국물 – 황생가칼국수

황생가칼국수는 한우 사골과 양지, 사태를 넣고 푹 끓인 육수를 쓴다. 최승표 기자

황생가칼국수는 한우 사골과 양지, 사태를 넣고 푹 끓인 육수를 쓴다. 최승표 기자

북촌 황생가칼국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수한 고깃국 냄새가 확 풍긴다. 뒤이어 황의원(63) 사장이 직원들과 만두 빚는 모습이 보인다. 황 사장이 할머니가 살던 집을 2001년 리모델링해 식당을 연 뒤 지금까지 변함없는 풍경이다. 2014년 식당 이름이 북촌칼국수에서 황생가칼국수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골칼국수(1만원)’가 대표 메뉴다. 한우 사골과 양지, 사태를 푹 고아 내 국물이 뽀얗다. 정성 들여 끓인 곰국 한 사발 대접받는 것 같다. 면발이 제법 두껍고 탱글탱글한데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고명이 독특하다. 소고기·양파·애호박·표고버섯·느타리버섯을 볶아서 한 줌 얹어내는데, 숨이 죽지 않은 양파가 사각사각 씹힌다. 황 사장은 “60도에서 살짝 볶은 양파가 더부룩한 밀가루 음식의 단점을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정말로 양파가 국수한 국물과 보들보들한 면발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느낌이었다.

황생가칼국수는 직접 반죽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썰어낸 손칼국수를 고집한다. 최승표 기자

황생가칼국수는 직접 반죽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썰어낸 손칼국수를 고집한다. 최승표 기자

밑반찬은 겉절이 김치와 백김치를 내준다. 고랭지 배추만 쓰고 2~3일 숙성한다는 백김치는 적당히 숨이 살아 있으면서도 단맛이 두드러진다. 배를 많이 쓴 덕분이란다.

황생가칼국수는 소격동 본점 말고도 전국에 11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직영이 아니어서 맛이 조금씩 다르다. 카카오와 컬리에서 간편식도 판다. 하나 식당 음식 맛과 같을 순 없다. 본점을 찾아오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다. 황 사장은 “미쉐린 가이드 선정으로 더 긴장하며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단골이 실망하지 않도록 일관된 맛을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터줏대감 – 임병주 산동칼국수

서초동에 자리한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바지락칼국수를 판다. 면발이 상당히 두툼한 편이다. 최승표 기자

서초동에 자리한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바지락칼국수를 판다. 면발이 상당히 두툼한 편이다. 최승표 기자

명동교자와 황생가칼국수가 서울의 관광명소 한복판에 있는 곳이라면,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뜨내기 관광객이 웬만해선 갈 일 없는 서초동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다. 경부고속도로 서초IC와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의 중간, 서초구청 건너편에 움튼 국숫집은 직장인과 동네 주민이 드나드는 식당이다. 산동칼국수는 1988년 테이블 7개를 놓고 개업했다. 올 7월엔 허름했던 옛 건물을 헐고 번쩍번쩍한 4층 건물을 세웠다. 언론 노출을 한사코 꺼리는 임병주(62) 사장은 주차 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옹골찬 임병주 산동칼국수의 왕만두. 최승표 기자

옹골찬 임병주 산동칼국수의 왕만두. 최승표 기자

이 집 칼국수(9000원)는 바지락 육수를 쓴다. 수북이 쌓인 바지락의 때깔만 봐도 질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국물 맛은 과연 시원했다. 바지락이 뿜어낸 강렬한 감칠맛, 숭덩숭덩 썬 애호박에서 나온 단맛, 청양고추의 아릿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면발은 다른 칼국숫집보다 훨씬 통통했다. 거의 우동 면발에 가까웠다. 면발 탄력이 워낙 강해 후루룩 삼키진 못하고 한참 오물거려야 했다. 국물 간은 꽤 짭짤했다. 국수를 반쯤 먹다 고추 다진 양념을 한 스푼 넣으니 시원한 맛이 배가 됐다.

칼국수 먹을 때 왕만두(9000원)를 곁들이면 좋겠다. 만두 역시 투박한 인상이었는데 속이 무척 옹골찼다. 여럿이서 푸지게 먹고 싶다면 보쌈이나 족발을 주문하면 된다. 여름 한정 메뉴인 콩국수를 먹으러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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