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부부 1500억 쾌척…中작품 잘 전시? 이런 조건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2 05:00

오스카와 아그네스 탕 부부. 뉴욕 MET에 사상 최대 기부액인 1500억원을 쾌척했다. [Wikipedia Commons]

오스카와 아그네스 탕 부부. 뉴욕 MET에 사상 최대 기부액인 1500억원을 쾌척했다. [Wikipedia Commons]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방문했던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MET)이 경사를 맞았다. 1500억원(1억4500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았기 때문. 1870년에 개관한 MET의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개인 기부액으로서는 최고액이라고 뉴욕타임스(NYT)ㆍNPR 등 주요 매체가 대서특필했다. 쾌척의 주인공은 중국계 미국인 자산가 부부다. 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들 부부를 집중 조명했다.

MET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명소다. 빈센트 반 고흐부터 이집트 파라오 석관까지 다 돌아보려면 몇 일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소장 유물이 방대하다. 이런 MET에도 해묵은 고민은 있었으니, 현대미술을 전시장 리모델링 공사였다고 한다. 문제는 예산이었는데, 구원투수로 탕 부부가 나타난 것. MET의 맥스 홀라인 관장은 “오스카와 아그네스 (탕 부부)의 관대함은 경이로울 정도”라며 “이 부부 덕에 MET는 20~21세기 현대 미술작품을 제대로 전시할 수 있게 됐다”고 극찬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관련 기자회견에선 “이제 (돈)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홀라인 관장이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의 명소이자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MET의 야경. [MET Instagram]

뉴욕의 명소이자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MET의 야경. [MET Instagram]

새롭게 리모델링 되는 현대미술관엔 탕 부부의 이름이 새겨진다. 이 부부는 별다른 기부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다고 한다. 중국계라는 점을 고려해 중국 작가들에게 중점을 둔 전시를 해달라거나 하는 조건이 일절 없었던 것. 사실 오스카 탕은 중국에 복잡다단한 감정을 품고 있다. 1976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부모님이 당시 중국 정부에 회의를 품고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내기로 결심했기 때문. 부모 역시 중국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이주했다. 오스카 탕은 미국에 정착해 예일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금융인으로 자수성가했다.

기부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 사진. [the New York Times 캡처]

기부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 사진. [the New York Times 캡처]

그가 아그네스 탕과 부부의 연을 맺은 건 2013년이다. 둘의 나이 차는 33세다. 오스카 탕은 첫 부인과는 사별했고 두 번째 부인과는 이혼했다. 부인 아그네스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히스토리 채널에서 중국 관련 방송의 진행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재원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예술 담당 고문으로 역할을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부부가 모두 예술에 조예가 깊긴 하지만 1500억원을 쾌척하는 건 쉽지 않았을 터. 오스카 탕은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MET의 현대미술 전시엔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고, 특히 서구를 넘어 그 이상의 글로벌한 시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술은 곧 역사를 시각화한 것”이라며 “MET 운영진이 우리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고무돼 (기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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