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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우려” 백현동 옹벽아파트 준공검사 신청 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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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남시 백현동 판교A아파트 공사 당시 모습. 땅을 30m가량 깊게 파고 산을 수직으로 깎아 50m 높이의 옹벽을 만들었다. 사진은 2019년 아파트 공사 현장 항공뷰. [사진 네이버 항공뷰]

성남시 백현동 판교A아파트 공사 당시 모습. 땅을 30m가량 깊게 파고 산을 수직으로 깎아 50m 높이의 옹벽을 만들었다. 사진은 2019년 아파트 공사 현장 항공뷰. [사진 네이버 항공뷰]

50m 높이의 수직 옹벽 앞에 들어선 성남시 백현동 판교A아파트(전용면적 84~129㎡, 1223가구)에 대해 성남시가 사용승인(준공)검사 신청을 반려했다. 또 판교A아파트의 4년 전 건축 심의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는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조성했고, 일부 동들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과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 있다.

1일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시가 이 아파트의 사용승인 검사 신청을 반려한 이유는 옹벽의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성남시는 자체적으로 준공승인을 내주기는 어렵고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소송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소송결과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성남시민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 토지에 대한 보존등기가 되지 않아 은행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지난 6월 임시사용승인만 난 상태에서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 입주민은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시설 등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백현동 판교A아파트 옹벽 지대는 전형적인 편마암으로 암석 색깔이 검은회색을 보인다. [사진 네이버 항공뷰]

백현동 판교A아파트 옹벽 지대는 전형적인 편마암으로 암석 색깔이 검은회색을 보인다. [사진 네이버 항공뷰]

성남시 관계자는 “A아파트의 준공 승인을 위해 지난 8월 6일 시행사인 아시아디벨로퍼에 전문기관 2곳의 안전성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런데 시행사는 전문기관 2곳 중 한국건축학회 보고서만 제출했고 한국지반공학회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아 시행사가 낸 아파트 사용승인 검사신청서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반공학회 관계자는 “진작에 연구용역보고서를 완성해 용역 발주처인 아시아디벨로퍼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반공학회 소속 교수는 “보고서에 큰 지진이 날 경우 옹벽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 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기인 성남시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17년 백현동 판교A아파트 옹벽 관련 굴토 및 구조심의 회의록에 따르면 옹벽의 안전에 대한 심의위원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4월 19일 진행된 성남시 4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에서 한 위원은 “성남시의 토사 붕괴사고 사례를 보면 성남, 용인 일대의 토질에 단층파쇄대가 존재하고 암질지수(RQD·암석의 품질을 나타내는 지수) 값이 작다”며 “토목구조계산을 다시 해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층파쇄대는 작은 단층이 많이 생기면서 암석이 잘게 부서진 곳을 말하며, 침식, 붕괴가 빠르게 진행돼 토목공사를 할 때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토목공학 전문가 B교수는 “이곳은 편마암 지대인데 편마암은 점토가 충전된 단층들이 많이 발달해 붕괴위험이 크다”며 “높은 절개지 건설 시 사전에 철저한 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의위원은 4차 심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재검토를 결정했다. 한 달여 뒤 열린 5차 심의에서 한 위원은 “옹벽 부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지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심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사실상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14명의 참석 위원 가운데 8명의 조건부 의결 찬성, 1명의 재심의 의결 찬성, 5명의 기권으로 재심의가 다수결로 의결됐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수영 의원은 “행정 절차상 많은 전문가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 인허가권자는 이를 보류, 재검토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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