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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서부간선지하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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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새벽에 나와도 막힌다’는 악명의 도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과 금천구 독산동을 잇는 서부간선도로는 상습정체로 유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서울시의 복층화 계획이었다. 기존 고속화도로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 구간은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당초 2011년 착공, 2016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로 미뤄져 2016년 3월에 첫 삽을 떴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공사 5년 6개월 만에 서부간선지하도로가 정식 개통했다.

지하 80m 깊이에 총연장 10.33㎞의 도로를 내는 큰 공사였다. 그만큼 교통량 분산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민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돼 요금(2500원)을 내야 하지만, 만성정체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기꺼이 수요가 생겨나리라는 것이 서울시와 운영사의 예상이다. 서울시는 서부간선지하도로로 인근 5만 대 이상의 교통량 분산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도로는 개통 3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지난달 30일 오전 내린 비로 일부 구간이 침수되면서 2개 차로(성산대교→일직 방향)가 통제된 것이다. 출근 시간부터 통제된 도로를 우회하려는 차들이 뒤엉키면서 일대는 과거처럼 교통지옥이 됐다. 이날 오전 강수량은 20㎜ 내외로 딱히 폭우가 내린 것도 아니었다. 사고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작 이 정도 비로 지하도로가 잠기는 게 가능한가’하는 의아한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서울시와 운영사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은 도로 내 배수펌프 고장이었다. 비가 오거나 지하도로 안으로 물이 유입될 경우, 내부 물을 빼내 고이지 않도록 하는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양수기와 살수차를 동원해 부랴부랴 복구작업에 나섰다. 밤샘 작업을 거친 후, 꼬박 하루 만인 1일 오전 6시에야 통행이 재개됐다.

도로는 다시 열렸지만, 통렬한 반성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개통 3개월 만의 침수사고는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재발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폭우도 아닌데 도로가 침수됐다는 사실은 황당하지만, 도리어 천운이었을 수도 있다. 만약 여름 장마철에 수많은 차량이 이동 중인 상황에서 배수펌프가 고장 나 갑자기 물이 차올랐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