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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넘은 재택치료자, 해열제·방역키트 지원이 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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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온 가족이 걸려야 치료가 끝나나 봐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 중인 30대 김모씨의 푸념이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씨 가족은 네 명이 모두 감염됐다. 지난달 25일 아버지가 처음으로, 30일 김씨와 동생들이 확진 판정를 받았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6일간 나머지 가족은 방역에 애썼다. 김씨는 “보건소에서 나와 방역조치를 해줬지만 생활물품은 우리가 하나하나 소독제로 전부 소독했다”며 “그럼에도 전파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가족 간 추가 감염을 사실상 방치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방역용품과 방역복, 소독제 등이 포함된 키트는 확진 하루 뒤 집에 도착했다. 해열제 등 약이 떨어져 보건소에 연락하니 “확진자가 늘어 배송에 2~3일 걸릴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김씨는 “상황이 혼란스러우니 대응이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하루이틀이면 온 가족이 감염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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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유모(37)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집밖에 나가지 못한다. 그날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싱글맘인 유씨는 집에서 마스크에 의존한 채 아들 치료와 돌봄을 전담한다. 보건소로부터 “병상이 부족해 전북 남원의 병상을 배정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재택치료를 선택했다.

프리랜서인 유씨는 출근하지 못하는 열흘간은 수입이 없다. 유씨는 “밖에 나가지 못하니 당장 일을 못할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일거리를 찾는 것도 제한돼 사실상 한 달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며 “재택치료로 동거인까지 집에 묶여 생계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뒤늦게 추가 감염되는 게 가장 두렵다”고 털어놨다. 아이와 밀접 접촉하는 열흘 사이 감염 우려가 있어서다.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만약 양성 판정을 받으면 유씨는 다시 재택치료를 위해 격리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코로나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세웠지만, 확진자의 가족 등 동거인 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재택치료 대상자는 키트를 받은 뒤 하루 두세 번 비대면으로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의료진에게 보고한다. 산소포화도가 94% 미만으로 떨어지면 응급 상황으로 판단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다.

가족 등 동거인도 확진자 격리 기간인 10일간 외출이 금지된다. 백신 미접종자는 열흘 더 더해 20일간 격리다. 재택치료자들은 중앙일보에 “치료보다 사실상 방치,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느낌”이라며 “확진자가 폭발하다 보니 보건소에서도 전화가 계속 와 동일한 내용을 물어보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염자 치료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가족 간 감염 우려와 생계 문제를 지적했다. 아파트 등 인구가 밀집한 공동주택의 집단감염도 우려했다.

정부는 재택치료자 지원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24시간 상담과 진료가 가능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지자체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동거 가족의 재택치료로 출근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생활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일 0시 기준 수도권의 병상 가동률은 89.2%. 전국은  78.8%다. 재택치료 대상자는 총 1만17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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