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 재청구…공수처, 고발장 작성자 아직도 못 집어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17:46

업데이트 2021.12.01 17:5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핵심 혐의 사실인 고발장 작성자를 여전히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고발장 작성자에 대해선 ‘성상욱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 검찰연구관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찰 공무원’이라며 당시 수정관실 공무원 25명 전원이 관련자인 것처럼 적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35일 전 법원에 기각된 1차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손준성과 ‘성명불상’(姓名不詳)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공모해 성명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지시했다”는 식으로 23번 성명불상이란 단어를 썼던 것에 비해 범위를 좁힌 셈이지만 실제 누가 작성자인지 여전히 특정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

‘윤석열’ 들어내고 검사들 이름 적은 2차 구속영장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지난달 30일 손 검사에 대해 재청구한 A4 용지 25페이지 분량의 2차 손 검사 영장 청구서에서는 1차 영장 청구서에선 ‘사건의 배경’으로 상당 부분 할애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조국 부부,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와 판사 사찰문건 작성 및 배포,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직접 언급한 내용 대부분을 들어냈다고 한다.

윤석열 당시 총장을 고발사주 의혹 공모 혐의를 직접 겨냥해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 ‘성명불상의 검찰 상급자’라고 공모자를 적시한 부분 역시 이번 영장에선 제외했다. 2차 영장은 손준성 검사 혼자서 이번 고발사주 의혹 핵심인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며 단독범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손준성이 성상욱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 검찰연구관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며 당시 수정관실 소속 직원 전원을 작성에 관여한 것처럼 지목했다. 전달 경로 역시 “성 담당관과 임 연구관 등으로부터 고발장과 자료를 전달받아 사진 파일로 촬영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구체화했다.

하지만 2차 영장도 성 담당관과 임 연구관 또는 다른 당시 수정관실검찰공무원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고발장 및 자료를 작성해 손준성 검사에게 전달했는지 특정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 근무자만 25여명인데 그중 이 둘을 콕 집어 특정해낼 만한 물증조차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수처는 다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씨에 보낸 제보자X 지모씨의 과거 판결문을 성 담당관과 임 연구관이 열람한 사실로 미뤄 두 사람의 관여를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국회사진기자단]

2차 구속영장의 혐의는 1차 영장 때와 동일하다고 한다. 공수처는 2차 구속영장에서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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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구속영장 재청구 시점에 대한 뒷말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영장 청구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까지만 해도 손 검사 측이 “12월 2일경 출석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자 “조사 일정은 현재 검토 중”이라며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이후 손 검사 측이 “그동안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며 이전 압수수색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를 법원에 냈는데, 공수처가 갑자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윤석열 검증특위가 “윤 후보 ‘고발사주’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공수처를 항의 방문한 지 5일 만이기도 하다.

앞서 1차 영장 청구 때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빨리빨리 소환해서 수사하지 않느냐”라고 한 다음 날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기각된 적이 있다.

고발사주 의혹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은 이재명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저녁 식사 자리를 잡아 “대권 후보를 수사 중인 공수처가 여권과 유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손 검사 역시 이를 이유로 여 차장검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용민, 박주민, 전용기 의원이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 접수 및 항의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용민, 박주민, 전용기 의원이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 접수 및 항의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검찰 간부는 “수사의 기본기도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손 검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예정된 조사일정 취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이유가 없고 발부 가능성도 극히 낮다. 새롭게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도주의 염려도 없기 때문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발부 가능성 측면에서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손 검사 측은 구속 영장 재청구에 대해 “방어권 형해화를 넘어 보복성 인신 구속 시도”라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그래픽 이미지.

'고발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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