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늑장 대응'에 놓쳐버린 RCEP '첫 차'…뒤늦게 국회서 의결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17:25

업데이트 2021.12.01 17:48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협정 규정상 실제 효력을 갖는 건 아무리 일러도 내년 2월 이후가 될 전망인데,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발효에 들어가는 중국, 일본 등 다른 회원국들보다 관세 혜택을 누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한발 늦었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비준 마쳐도 최소 두 달 뒤 발효

이날 외통위는 오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거쳐 오후 전체회의에서 RCEP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원 포인트' 회의였다.

비준안은 2일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전망이다. 다만 협정 규정상 국회 비준을 마친 뒤에도 실제 발효까지는 60일이 더 걸린다.

RCEP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과 한국ㆍ중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등 비(非) 아세안 5개국 간 협정이다. 이미 지난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고 지난달 2일까지 아세안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한 중국과 일본 등 10개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RCEP의 효력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미얀마ㆍ필리핀과 함께 아직 비준서를 기탁하지 못했고, RCEP '첫 차' 탑승에 실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국내 절차를 마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려 지난 10월 1일에야 국회에 비준안이 제출됐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유명희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서명을 마친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유명희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서명을 마친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산업부 "검토 대상 광범위해 시간 소요"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지적이 나오자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은 (RCEP 회원국)15개국 중에 가장 엄격하게 국내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내 영향평가를 하고 각 국가 간 이뤄진 협상문 3만 페이지를 (번역했다)"면서다.

산업부는 이날 이와 별도로 설명자료를 내고 "RCEP는 15개국이 참여한 메가 FTA로 영향평가 대상이 광범위하고, 양허안 및 협정문 분량도 방대해, 관련 연구 분석 및 번역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법에 따라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느라 비준안 제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국회 "정부, 시의적절하게 제 할 일 못 해"

하지만 외통위 회의에선 이런 산업부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추산한 RCEP으로 인한 국내 농ㆍ축산물 관련)피해액이 연평균 77억에 불과할 정도로 RCEP는 무역의 개방도가 매우 낮은 협정인데도 예상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에 1년이나 걸렸다"며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가 오늘 뜻을 모아 RCEP 논의만을 위한 '원포인트' 상임위를 개최해 비준 동의를 하고는 있지만 이는 국익을 고려한 초당적 협력의 결과지, 정부의 RCEP 처리 과정이 타당했다고 여야가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정부의 비준동의안 제출이 지연될만한 불가피한 이유가 없다"며 "한국이 다른 RCEP 회원국에 비해서 적어도 1개월 이상 관세 혜택을 못 보게 됐고, 기업들이 수출입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RCEP 협상 과정과 서명 뒤 국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준안 처리를 맡은 외통위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급박하게 비준안을 제출해 국회의 감독권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적하신 사안에 대해 적절히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하며 (지적된 부분들을)인정한다. 향후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외통위에 관련 사안을 충분히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도적 보완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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