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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아우슈비츠 생체실험 나치 의사' 비유한 美앵커 파문

중앙일보

입력

앤서니 파우치 미국 NIAID 소장. 중앙포토

앤서니 파우치 미국 NIAID 소장. 중앙포토

미국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80)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시절 독일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1911~79)에 비유한 폭스뉴스 진행자가 유대인 단체로부터 비판의 뭇매를 맞았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자는 보수 성향 미디어인 폭스뉴스의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인 ‘폭스네이션’을 진행하는 라라 로건이다. 그는 전날 폭스뉴스에 나와 “파우치 소장은 과학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나치 의사였던 요제프 멩겔레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로건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전 세계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들었다”고만 덧붙였다. 로건의 발언은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자주 비난하는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게스가 “바이든 행정부가 오미크론 변이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비난한 부분에서 나왔다.

멩겔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장교이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의 내과의사였다. 그는 수용소로 끌려온 수감자 중 누구를 가스실로 보내 죽이고, 누구를 강제노역에 동원할지 결정해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또 수감자를 이용해 잔혹한 생체 실험을 벌였다. 수감된 어린이들을 데려다 눈에 염색약을 주사해 눈 색깔을 바꾸거나 마취 없이 늑골을 적출했고, 이 과정에서 숨을 거둔 피실험자의 눈을 수집했다. 여성 수감자들을 데려다 불임수술이나 충격요법 등을 실험했다. 생체실험 희생자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카페트를 짜게 하거나 피부를 떼어 전등갓을 만들게 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 남부 오슈비엥침에 있었던 독일의 강제 수용소 이자 집단학살 수용소 . 나치에 의해 400만 명이 학살됐고 가스실, 철벽, 군영, 고문실 등이 남아 있다. 중앙포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 남부 오슈비엥침에 있었던 독일의 강제 수용소 이자 집단학살 수용소 . 나치에 의해 400만 명이 학살됐고 가스실, 철벽, 군영, 고문실 등이 남아 있다. 중앙포토

로건의 발언에 대해 유대인 단체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아우슈비츠박물관은 트위터에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범죄적인 의학 실험을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아우슈비츠 희생자에 대해 무례이자, 도덕적·지적 추락의 슬픈 징후”라고 개탄하는 글을 게재했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은 성명을 통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접종 촉구 등 코로나19 피해 경감을 위한 (파우치의) 노력과 홀로코스트 기간 유대인에게 벌어진 비극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도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유대인 단체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JC는 “요제프 멩겔레는 어린이를 포함한 홀로코스트 포로들에 대해 치명적이고 비인간적인 실험을 자행한 인물”이라며 “그 희생자들이 겪은 지옥과 같은 순간과 현재 공중보건 조치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로건이 과거 CBS뉴스의 유명 프로그램인 ‘60분’의 통신원으로 일했을 때, 리비아 벵가지 공격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로 사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로건은 2018년 CBS뉴스를 떠나 2020년 폭스뉴스에 입사했다. 폭스뉴스는 이번 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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