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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LA에서 텍사스로 이사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국민이주의 해외이주 클리닉(36)

남아공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그가 20년 넘게 거주하던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나 지난해 12월 텍사스의 오스틴 인근으로 이사했다. 그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소득세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텍사스에는 개인 소득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들어 테슬라의 주가 상승으로 2021년 10월 기준 세계 1위의 부호로 등극했다. 현재 일론 머스크의 경우 3110억 달러의 주식을 갖고 있다. 핀란드의 한해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규모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세금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존재다. 그래서 미국 100달러 지폐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집요하게 따라붙는 세금뿐이다”고 설파한 적 있다. 물론 세금의 기본적인 개념은 어딜 가나 같지만, 나라마다 세금 제도의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다. 한국은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가 큰 기반을 이루고 있다면, 미국은 크게 연방세(Federal Tax)와 주세(State Tax)로 나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AP=연합뉴스

미국 세금 구조가 특이한 연유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50개의 자치구와 1개의 특별구로 이뤄진 연방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으로 각 주가 묶여있지만 동시에 주 정부의 하위단계에서 보통 2단계 이상의 지방정부 조직을 보유한다. 이 때문에 주별로 독특한 지방세법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주별로 특징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미국 50개 주 중 현재 41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와이오밍, 워싱턴, 텍사스, 사우스다코타, 네바다, 플로리다, 알래스카 등 7개 주는 아예 개인 소득세가 없다. 테네시주와 뉴햄프셔주는 배당금과 이자 소득에 대해 개인 소득세를 물리지만 다른 소득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정부 세율은 소득구간에 따라 누진세가 적용되고,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금을 많이 낸다. 미국의 최고 연방 소득세율은 37%고, 최저세율은 10%다. 별도로 6.2%의 사회보장세와 1.45%의 노인 의료보험세가 나가는데, 이 둘을 FICA TAX(Federal Insurance Contributions Act)라고 부른다. 이 세금은 국내처럼 고용주가 절반, 근로자가 절반 부담한다.

미국 주의 소득세는 그 주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연방 소득세와 유사하지만, 주의 소득세는 일반적으로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예산에 자금이 집행된다. 주 소득세는 연방 세율보다 낮은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1~10% 사이다. 일부 주에서는 소득이 몇천 달러 이하면 소득세를 0% 부과한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주에 거주하면 해마다 한 번만 주에 세금보고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한 해 동안 다른 주로 이사했거나 다른 주에서 소득을 창출하는 임대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둘 이상의 주에 세금 보고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경제도시로 가장 역동적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가고, '규제 철폐'와 '기업 세제 혜택'으로 무장한 텍사스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 Pixabay]

미국에서 경제도시로 가장 역동적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가고, '규제 철폐'와 '기업 세제 혜택'으로 무장한 텍사스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 Pixabay]

미국은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경우, 추가로 1%를 'Mental Health Services Tax'라는 명목으로 더 받는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는 최고 소득세 세율이 12.3%인데,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13.3%가 되는 것이다. 10개 주는 대부분의 소득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지만, ‘소득’으로 간주하는 항목은 주에 따라 다르다. 주 소득세는 일정한 조건에서 연방 소득세 계산 시 공제되기도 한다.

2021년 미국에서 소득세를 가장 많이 내는 상위 10개 주는 다음과 같다.

1. 캘리포니아 13.3%
2. 하와이 11%
3. 뉴저지 10.75%
4. 오리건 9.9%
5. 미네소타 9.85%
6. 컬럼비아 특별구 8.95%
7. 뉴욕 8.82%
8. 버몬트 8.75%
9. 아이오와 8.53%
10. 위스콘신 7.65%

캘리포니아는 소득세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탓인지,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상징적인 지표로 최근의 인구통계를 보면 명백하게 드러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9년 캘리포니아 순 이탈 주민은 20만3414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떠나간 주민은 텍사스와 네바다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이 시기에 텍사스로 거처로 옮긴 미국인은 36만7215명으로 미국의 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 경제도시로 가장 역동적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가고, '규제 철폐'와 '기업 세제 혜택'으로 무장한 텍사스로 기업이 몰리고 있다. 텍사스는 저렴한 땅값, 과감한 세제 혜택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에도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8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테슬라의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구글 등 미국의 핵심 테크 기업이 본사를 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문화와 벤처 캐피탈의 진원지일 수 있지만, 텍사스에는 기업 친화적인 의원, 저렴하고 넓은 땅, 제조업 중심 기업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로 삼성전자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 산하 테일러 시를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용지로 확정했다. 테일러 시는 삼성전자에 10년간 부지에 건설되는 부동산은 10년간 재산세의 92.5%를 면제해주고, 이후 10년 동안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이런 법인세 감면 혜택이 있어 기업인들도 텍사스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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