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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꽂혔다…"바로 몰입" 로알드 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6:00

업데이트 2022.03.02 15:27

ㆍ 한 줄 평 : 한 번 펴면 멈출 수 없는 마력의 이야기, 아이보다 양육자가 더 좋아할 책!

ㆍ 함께 읽어보면 좋을 로알드 달의 다른 책
『마녀를 잡아라』 진짜 마녀가 있다! 그 마녀들의 정기총회를 엿보다 걸렸다! 그리고 생쥐가 됐다! 재미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집채만 한 슈퍼 복숭아를 타고 엄청나게 커진 곤충 친구들과 떠나는 모험.

ㆍ 추천 연령 : 상당한 글밥에 다소 복잡한 인물과 구성의 이야기입니다. 10세 정도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어린 아이도 양육자가 함께 읽어주며 읽기 레벨을 올리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 연령은 서사의 구조나 주제 등을 고려하여 제안하는 참고 사항일 뿐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지난 9월 넷플릭스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DSC)’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RDSC는 영국의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리고 『마틸다』를 쓴 바로 그 작가죠. 넷플릭스는 2018년 RDSC와 16개 작품에 대한 제휴를 맺고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었는데요, 3년여 만에 아예 회사를 인수해버렸습니다. 넷플릭스는 로알드 달의 이야기에 왜 이렇게 꽂힌 걸까요?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

로알드 달을 따라다니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그의 책은 전세계 63개 언어로 번역됐고, 3억만 부 이상 팔렸죠. 조 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단행권 7권)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인데요, 모두 4억5000만부 가량이 팔렸습니다. 로알드 달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가늠이 가시죠?

로알드 달이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로부터도 사랑받은 비결은 단연 이야기의 힘입니다. 달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마법 그리고 기괴함입니다. 마법 같으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강력한 캐릭터고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웡카 초콜릿 공장의 주인 윌리 웡카 씨가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웡카 씨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몇 시간이고 녹지 않는 차가운 초콜릿이나 10초마다 색깔이 바뀌는 캐러멜, 아무리 오래 씹어도 단물이 빠지지 않는 껌, 입에 넣고 있으면 점점 작아지다 혀 끝에 아주 작은 분홍빛 새끼 새 한 마리가 남는 파랑새 알 같은 독특하고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장본인입니다. 놀라운 건 스파이에 시달린 끝에 일하던 사람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이 놀라운 초콜릿과 온갖 달콤한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런 웡카 씨가 전세계 어린이 중 딱 5명을 공장에 초대하기로 합니다. 행운의 초대장은 웡카 초콜릿에 숨겨져 있죠.

마법 같은 그의 공장에 주인공 찰리도 초대됩니다. 사실 이것도 마법 같은 일입니다. 찰리는 판잣집에 사는 가난한 아이거든요. 1년에 딱 한 번 생일날 웡카 초콜릿 바 1개를 선물로 받아 몇 날 며칠을 아껴 먹는 형편입니다. 다른 4명의 아이들은 엄청나게 초콜릿을 사댄 끝에 초대장을 발견했지만, 찰리는 딱 4개의 초콜릿을 샀을 뿐입니다. 생일 선물로 한 개, 할아버지의 비상금으로 한 개, 길에서 주운 돈으로 2개, 이렇게요. 찰리가 산 4개의 초콜릿 역시 초대장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그 가능성은 기대할만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마법을 믿지 않는 사람은 절대 마법을 찾을 수 없다”는 로알드 달의 말처럼, 희망을 버리지 않은 찰리에게 기적은 일어납니다.

행운의 초대장을 발견한 5명의 아이들과 보호자가 윌리 윙카의 공장에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 채 말이다.

행운의 초대장을 발견한 5명의 아이들과 보호자가 윌리 윙카의 공장에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가게 된 공장은 환상으로 가득 찬 마법의 세계는 아니었습니다. 함께 초대된 4명의 아이는 공장 견학을 마칠 때쯤 만신창이가 되거든요. 뚱뚱보 아우구스투스 굴룹은 초콜릿 물을 빨아들이는 파이프에 빨려 올라갔다가 꽉 끼어 빨대처럼 홀쭉해지고, 엄청나게 껌을 씹어 대던 바이올렛 뷰리가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껌을 씹었다가 블루베리색 피부를 갖게 되고, 초콜릿에 들어가는 호두를 까는 다람쥐를 가지려다 호두 껍데기와 쓰레기통으로 빨려 들어간 버루카 솔트는 쓰레기를 뒤집어쓰고, TV 앞에 딱 붙어 사는 마이크 티비는 (마치 TV 영상처럼)초콜릿을 잘게 잘라 보냈다 받아 합치는 기계에 들어가 손톱만 해지고 말죠(다시 늘려져 철사처럼 길고 가늘어지긴 합니다). 이 과정은 기괴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동화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요.

마틸다

마틸다

기괴함으로 따지면 『마틸다』가 한 수 위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선 윌리 웡카씨가 마법과 기괴함을 함께 담당했다면(그래서 이야기는 기괴하면서도 시종일관 밝고 발랄한 분위기입니다), 『마틸다』에선 이 두 단어가 서로 다른 인물에게 맡겨졌거든요. 스스로 글을 깨치고 온갖 어려운 책들을 혼자 읽어내며 복잡한 연산도 1초 만에 풀어내는 천재 어린이 마틸다가 마법을 담당한다면, 기괴함은 마틸다와 대립하는 악랄하기 짝이 없는 트런치불 교장이 담당합니다. 로알드 알은 트런치불 교장을 통해 기괴함을 끝까지 밀어붙이죠. 땋은 머리를 한 아이의 머리카락을 쥐고 공중에서 빙빙 돌려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린다거나(이유는 땋은 머리가 싫어서!), 자신의 간식으로 준비된 초콜릿 케이크를 훔쳐 먹은 아이를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거대한 케이크를 토할 때까지 먹게 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렇다고 『마틸다』가 읽기 괴로운 건 아닙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극적이고, 더 통쾌하죠. 작고 가녀린 우리의 마틸다가 특유의 똘똘함으로 이 거대하고 기괴한 트렌치불 교장을 학교와 마을에서 완전히 쫓아버리거든요.

악랄하기 짝이 없는 트런치불 교장을 통해 로알드 달은 기괴함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그럴수록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그런 트런치불 교장을 꼬마 마틸다가 결국엔 쫓아내기 때문이다.

악랄하기 짝이 없는 트런치불 교장을 통해 로알드 달은 기괴함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그럴수록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그런 트런치불 교장을 꼬마 마틸다가 결국엔 쫓아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마법과 기괴함 덕분에 그는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꾼이 됩니다. 넷플릭스가 그의 작품 저작권을 몽땅 사버릴 만큼이요. 하지만 동시에 바로 이 마법과 기괴함 때문에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어린이 책의 역사』를 쓴 존 로 타운젠드는 “아이들에게 그의 책을 소개하는 고통을 겪을 바엔 아이들이 스스로 그의 책을 찾아내도록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하겠다”고 했고, 타임지는 그의 부고 기사에서 “우리 세대 가장 널리 읽힌,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면서도 “그 영향이 어떤 것일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뒤끝 있는 평가를 했습니다. 기존 체제와 권위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나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복수 같은 설정과 표현이 아동 문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저는 8살 아이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저녁 자기 전에 두 챕터씩 읽어주는 식으로요(아직 8살이 읽기엔 좀 어려운 책이거든요. 이 방법은 문해력 전문가 최나야 서울대 교수님이 추천해준 방법입니다. 다음 레벨로 읽기를 끌어올리고 싶을 때 쓰면 좋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무릇 모든 일은 재미로부터 시작된다고 강력하게 믿거든요. 텍스트를 읽는 일, 그러니까 독서는 상당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활동입니다. 재미가 있지 않고서야 도저히 재미 붙이기 어려운 일이죠. 강력한 이야기를 통해서만 텍스트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읽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아이는 이 책을 책가방에 넣고 등교했습니다. 역시 몰입에 이야기만한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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