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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바르면 4시간 코로나 잡는 '기적의 손 소독제'…가격은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자료: 미국 NIA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자료: 미국 NIA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손 소독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때뿐이다. 에탄올과 같은 소독 성분이 쉽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학자들이 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4시간까지 지속하는 소독제를 찾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교토 부립(府立) 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소독제를 대상으로 잔류 소독 효과를 측정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시신의 피부를 이용해 실험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에 놓여있는 손 소독제.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에 놓여있는 손 소독제. 연합뉴스

연구팀은 사람 감기 바이러스인 HCoV-OC43를 사람 손에 묻히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HCoV-OC43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같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속(Betacoronavirus 屬)에 속하는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또 부검에 사용된 시신의 복부 피부를 사용한 실험도 진행했는데, 이때는 HCoV-OC43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IAV)도 사용했다.

연구팀은 먼저 소독제가 인체 피부에서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지를 조사했다.
70% 에탄올이나 70% 아이소프로판올의 경우 손에 바른 후 10분 이내에 소독제 성분이 사라졌다.

이에 비해 10% 포비돈 요오드(PI), 0.2%와 1% 클로르헥시딘 글루코네이트(CHG), 0.05%와 0.2% 염화벤잘코늄(BAC)은 10분 후에도 처음 피부에 바른 성분의 90% 이상이 피부 표면에 남아있었고, 4시간 후에도 50% 이상이 남아 있었다.
0.2% BAC의 경우는 4시간 후에도 성분의 80.2%가 남아 있었다.

피부 표면에서 소독제의 바이러스 살균 효과를 살펴본 결과, 70% 에탄올이나 70% 아이소프로판올을 피부에 코팅한 경우 살균 효과가 낮아 투여한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비교적 오래 살아남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480분 후까지, 감기 바이러스는 1080분까지, 독감 바이러스는 90분 후까지 남아있었다.

이에 비해 0.2% BAC와 1% CHG, 10% PI를 바른 피부 표면에서는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는 5분 이내에, 감기 바이러스는 30분 이내에 검출 한계 아래로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70% 에탄올 곧바로 증발…잔류 소독 효과 없어

서울 중구의 한 전통시장 상점 앞에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전통시장 상점 앞에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잔류 소독 효과에 대한 분석에서도 70% 에탄올이나 70% 아이소프로판올을 피부에 코팅한 경우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와 감기, 독감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비해 BAC나 CHG, PI로 코팅한 경우는 4시간이 될 때까지 바이러스 생존 시간이 뚜렷이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예를 들어, 피부에 70% 에탄올로 코팅한 후 4시간이 지난 뒤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뿌렸을 때, 이 바이러스는 680분을 생존했다. 소독제 대신 증류수를 사용한 경우 680분과 차이가 없었다.
0.2% BAC를 피부에 뿌리고 4시간이 지난 다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뿌린 경우 이 바이러스는 6분 이내에 사라졌다.

70% 에탄올과 0.2% BAC를 섞은 경우도 4시간 지난 후까지 잔류 소독 효과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6.1분 이내에 사라졌다.
10% PI의 경우는 4시간 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4분 이내에 죽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 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합뉴스]

전자 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합뉴스]

연구팀은 "강력한 잔류 소독 효과를 가진 소독제는 피부에서 바이러스 생존을 감소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10% PI의 경우 잔류 소독 효과가 뛰어나지만, 피부 독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손 위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1% CHG와 0.2% BAC 역시 잔류 소독 효과를 보이고 피부 독성에서도 문제가 없어 손 소독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연구팀은 현재 시중에 10% BAC와 20% CHG가 시약 형태로 판매되는데, 가격이 500mL당 각각 22.5달러(약 2만6700원)와 224.5달러(26만7000원)로 차이가 크다.

실제 제품 시판까지는 시간 걸릴 듯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마친 한 시민이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마친 한 시민이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소독제 중 0.2% BAC가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잔류 소독 효과를 갖고 있고, 비용도 저렴해 손 위생에 사용하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70% 에탄올에 BAC 농도가 0.2%가 되도록 섞어 사용하면 강력한 살균 효과와 잔류 소독 효과를 모두 갖춘 이상적인 살균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소독제를 바른 상태에서 4시간 동안 다른 물건을 계속 만졌을 때는 잔류 소독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시신 피부를 사용한 실험 횟수나 손 소독제 실험에 참여한 지원자가 많지 않아 소독 효과와 피부 안전성에 대한 향후 대규모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연구팀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실제 BAC가 첨가된 손 소독제가 시중에 나오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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