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보수' ARS때 더 솔직하다…들쭉날쭉 李·尹 여론조사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5:00

업데이트 2021.12.0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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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24일 열린 중앙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김경록 기자

지난달 24일 열린 중앙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김경록 기자

내년 3·9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달 29일 각 언론사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졌다는 흐름은 거의 일치했지만 숫자 자체는 제각각이었다. 다자 대결 기준으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35.5%로 동률을 기록했다는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부터 윤 후보(46.3%)와 이 후보(36.9%)의 지지율 격차가 9.4%포인트에 달하는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까지 결과는 들쑥날쑥이었다. 조사 기간이 일치하거나 길어야 하루이틀 차이였는데도 결과는 그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날 공개됐지만 KBS는 李·尹 동률, 오마이뉴스는 尹 9.4%포인트 앞서

과학적 통계 기법을 활용한 여론조사인데 결과는 왜 그렇게 다양한 걸까.

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흔히 꼽히는 이유는 조사 방법의 차이다. 미리 녹음된 기계음으로 묻는 ARS(자동응답) 조사인지, 조사원이 실시간으로 묻는 면접 조사인지에 따라 결과가 조금 달라진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ARS 조사가 91.6%, 면접 조사가 8.4%였던 반면 한국리서치 조사는 면접 100% 조사였던 게 결과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업체 폴리컴 박동원 대표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데 제일 영향을 많이 끼치는 요인은 ARS냐, 전화 면접 조사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ARS 조사에선 윤 후보가, 면접 조사에선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곤 한다. 박 대표는 “민주당 후보는 전화 면접이나 ARS나 비슷하게 나오는 반면 보수당 후보는 ARS에서 5~10%포인트 정도 더 나온다”며 “면접 조사에서는 솔직히 말하지 않는 ‘샤이 보수’가 조금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표본 선정 방법에도 영향을 받는다. 과거 선거 여론조사는 대부분 유선 전화(집 전화)가 기본이었다. 그러다 2016년 총선 여론조사에서 ‘큰 탈’이 났다. 당시 많은 여론조사 업체는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150석이 넘는 압승을 거둘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래서 “선거는 여론조사의 무덤”이란 말이 회자됐다. 그러다 2017년 1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성별·연령·지역 정보 등을 통해 표본 추출이 용이해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많은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100%를 상대로 진행된다.

2016년 총선 예측 크게 빗나간 뒤 휴대전화 안심번호 도입

그럼에도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무선 85.1%, 유선 14.9%)와 SBS-넥스트리서치 조사(무선 86%, 유선 14%)는 유선 전화를 일정 부분 섞고 있다. 박동원 대표는 “유선 전화를 조금 끼워야 실제 결과에 비슷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고령자, 특히 여성 노인 등의 표심을 읽기 위해선 유선 전화를 섞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D-100일에 맞춰 나온 여론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선 D-100일에 맞춰 나온 여론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무선 전화를 조사하더라도 RDD(무작위 전화 걸기) 방식이냐, 가상번호 방식이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RDD는 말 그대로 ‘010-OOOO-OOOO’처럼 번호를 임의로 선정해 전화를 건다. 반면 가상번호는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전화번호를 제공받는다. 그러다 보니 흔히 ‘알뜰폰’으로 불리는 MVNO(자체 주파수 없이 기존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업자) 휴대전화 사용자는 조사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알뜰폰 사용자가 992만명이 넘는 만큼 상당한 숫자가 원천 배제되는 것이다. 다만, 그런 차이가 실제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박동원 대표는 “RDD로 하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약간 더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알뜰폰까지 조사해서 그렇다는 분석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다”고 했다. 반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알뜰폰 사용자 중에선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사람도 많다”며 “알뜰폰 사용자가 빠진다고 해서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조사 배제되는 가상번호 방식 놓고 의견 분분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은 조사 문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여론조사 문구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 나온 KBS-한국리서치 조사(이 후보 35.5%, 윤 후보 35.5%)와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이 후보 32.7%, 윤 후보 35.7%)는 100%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면접 조사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국리서치는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이라고, 코리아리서치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라고 각각 선택의 시점을 달리해서 물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내일 대선이라면’이라는 식의 가정법 질문은 지금 상황에서 일단 판단을 해야 하니 무응답을 조금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없다’거나 ‘모름·무응답’인 경우가 한국리서치 조사는 18.8%였고, 코리아리서치 조사는 20%였다.

‘의뢰인 효과’ 막기 위해 최근 조사는 대부분 의뢰자 안 밝혀

조사 의뢰자와 조사 업체가 누구냐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의뢰자와 조사 수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의뢰인 효과(client effect)’와 ‘대리인 효과(agency effect)’과 있을 수 있다”며 “한국에선 현실적으로 어느 언론사인지에 따라 편향(bias)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뢰자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소장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나 기사 댓글 등을 통해 편가르기 현상이 심하다 보니 조사 기관이 누구냐에 따라서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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