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방위비 6000억 삭감…기동민·신원식 이유있는 칼질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5:00

업데이트 2021.12.01 07:59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연합뉴스

30일 예결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방위사업청 A국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를 드나든다. 방사청이 이달 중순 국방위 예산심사에서 방위력 개선비 6122억원 감액이라는 초유의 예산 대수술을 당한 탓이다. 국방위에서 깎인 예산을 증액하는 건 언감생심. A국장은 "예결위에서 또 다시 추가 삭감 의견이 제시돼 추가 삭감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위력 개선비 6122억원 감액은 사상 초유의 규모다. 4009억원을 깎은 2012년의 역대급 감액 보다도 2000억원 넘게 더 칼질을 당했다. 총액(16조7298억원)이 올해 예산(16조9964억원) 보다 준 것도 방사청 입장에선 충격 포인트다. 방사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에선 "여야가 합작한 이유있는 칼질"(국방위 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이한 점은 86 운동권 출신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예산소위원장)과 노조 출신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 합참 작전본부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등 상반된 이력·정당의 소유자들이 합작해 감액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12일과 15일 국회 국방위 예산소위 속기록을 보면 삭감 규모가 큰 ▲조기경보기 추가 도입(3283억원) ▲대형공격헬기(154억원) ▲F-35A 전투기 성능개량(200억원) ▲경항공모함(67억 원) 사업 등에 대해 "사업 타당성이 불분명하다"거나 "예산이 과다책정됐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삭감액이 가장 컸던 조기경보기 추가 도입에 대해선 군(軍) 출신인 신원식 의원이 "비용이 과도하다"며 총대를 멨다. 신 의원은 "지금 미국·스웨덴·이스라엘 여러 가지가 있는데, 미국 측에서 과도하게 올린 것 아니냐. 상호 호환성을 높일 수 있어서 (미국의) E-737을 사는 게 좋다거나 이런게 정리가 안 된다. 우격다짐이다. 우격다짐"이라며 서형진 방사청 차장에 쏘아붙였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경쟁 기종들과의 경제성 이런 것도 다시 봐야 된다"며 맞장구를 치자, 기동민 소위원장은 "(가격) 협상력 제고를 위해 국회에서 시원하게 다 삭감해드리겠다"고 호응했다. 신형 조기경보기 사업은 결국 사업비 2600만원 만 남긴 채 3283억원이 삭감됐다.

경항공모함 도입 예산을 두고도 "절차 좀 지키자"는 지적이 나왔다. 신 의원은 "배값만 30%가 갑자기 몇 개월 사이에 늘어났다. 그래놓고 기재부하고 1월 달에 협조하겠다니 이게 뭐냐"며 "절차를 갖추고 내년에 해도 될 일을 이렇게 우격다짐으로…"라고 말했다. 서형진 방사청 차장이 "절차를 못 지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항변했다. 정승균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해군 소장)까지 "발언할 기회를 달라"며 필사적으로 저지에 나섰지만, 삭감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동민 소위원장은 "신 의원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분들이 꽤 많으니 국방부·해군 한꺼번에 다 움직이고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경항모도, 조기통제기(조기경보기)도…이 세상의 모든 안보 문제를 해결할 만능 보검인 것처럼 와서 얘기를 한다"며 방사청 관계자들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국방위에서 깎인 방위력 개선비는 예결위 단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방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한 국방위 관계자는 "상임위 단계에서 깎인 예산은 예결위에서 가급적 증액을 않는게 원칙"이라며 "예결위의 추가 감액분을 막는 것도 힘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 소속 한 전문위원은 "7~8월 결산 때부터 여야 의원들이 이미 절차 등의 문제로 경고를 했다. 이번 감액은 예고된 결과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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