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동호의 시시각각

양분된 부동산 계층 ‘제곱과 루트’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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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집은 가족의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의 정치화가 집값 폭등을 부채질해 집은 어느새 사회 갈등과 근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 선택만이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집은 가족의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의 정치화가 집값 폭등을 부채질해 집은 어느새 사회 갈등과 근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 선택만이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종합부동산세 광풍이 거세다. 최근 납부금액 고지는 티저 광고에 불과했다. 오늘부터 납부가 시작되면서 대상자들은 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3~4년 만에 종부세가 50배, 100배 올랐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순식간에 세액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 3만6000명에서 출발한 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올해 96만 명으로 27배 늘었다. 애초 부유세였지만, 지금은 보통세나 다름없게 됐다.

급격한 집값 폭등으로 양극화 심화
정부 믿었던 사람들 벼락거지 추락
부동산 난국 탈출구는 정책 전환뿐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첫째, “나는 제곱이냐, 루트냐”라는 물음이다. 최근 지인과의 대화 중 공감했는데, 집값과 부동산 세금 폭등은 마치 오징어 게임처럼 국민을 도 아니면 모, 제곱과 루트 중 하나에 속하게 만들었다.

요컨대 종부세 대상자는 제곱 집단에 속한다. 나머지 국민은 루트 집단에 들어간다. 제곱이란 최근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수혜자로 꼽힌다. 2의 제곱은 4가 되는 것처럼 주택 보유자는 제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6년 말 6억원을 밑돌았지만, 지난 10월 12억원을 돌파했다.

루트는 정반대의 상황을 의미한다. 4 루트는 2가 된다. 지난 4년여 “집값을 원상 복구시켜준다”는 말만 믿고 집을 팔았거나 내집 마련을 미뤘으면 루트 처지가 됐다. 주택 소유자는 집값 폭등을 누리는 동안 무주택자는 가만히 앉아 상대적으로 빈곤해졌다.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 비용까지 급등했으니 루트는 벼락 거지의 상징이 될 만하다.

둘째 질문은 제곱과 루트의 향후 선택이다. 주택 소유자들은 외형상 벼락부자처럼 보인다. 자신들은 가만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재건축과 분양을 규제하고 세금을 올리며 줄기차게 주택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가로막는 바람에 집값이 두 배로 올랐다. 하지만 집값이 올랐다는 기쁨은 서서히 고통으로 바뀌고 있다. 2017년부터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고 2030년까지 시가 대비 현실화율을 현재 70% 안팎에서 90% 이상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집을 팔아야 할까. 그러기도 어렵다. 취득세부터 재산세ㆍ종부세를 거쳐 양도소득세까지 손발이 묶였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면 증여ㆍ상속에 이르게 되고 집값이 뛰는 바람에 이 부담 또한 무겁다. 이 난리를 겪고 있지만, 사실 문제의 근원은 종부세가 아니라 공시가격 급등이다. 그 여파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재산세로만 한두 달 소득을 써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무주택 상팔자인가. 아니라는 걸 누구나 다 안다. 내집 마련은 멀어졌고 주거비가 폭등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할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이면 생활비를 빼고 매년 3000만원을 40년간 모아야 한다.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내집 마련은 언감생심이고 당장 전세비 마련도 벅차다. 자칫하면 월세로 밀려나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

현 정부의 반(反)시장 정책이 만들어낸 제곱-루트 게임에서 승자는 없다. 전 국민이 패배자다. 제곱 집단에 들어가도 현재 정책이 지속하면 정부에 끝없이 세금만 내게 된다. 그 부담이 전가된 세입자도 허리가 휘게 된다. 이 난국의 유일한 탈출구는 정책 전환밖에 없다. 공급도 늘려야 하지만, 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유세를 높였으니 일거에 75%까지 치솟은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퇴로가 열리면서 잠겼던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가벼워서도 안 된다. 부(富)의 편중을 완화하는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지금처럼 제곱과 루트로 계층이 양분된 채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할 수도 없다. 이제는 제곱과 루트의 간극을 좁히면서 세금 공포를 덜어낸 합리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어떤 경우든 1주택자가 보유세로 해마다 한두 달치 소득을 내놓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정책 폭주는 멈춰야 한다. 징벌적 세금 폭탄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모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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