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정권교체에 힘 실어야 하니까” “사람 보고 찍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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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3·9 대선, 부산·울산·경남 민심은

지난달 28일 젊은이들이 많이 왕래하는 부산시 서면역 주변 거리의 모습. 김성탁 기자

지난달 28일 젊은이들이 많이 왕래하는 부산시 서면역 주변 거리의 모습. 김성탁 기자

지난달 27일 늦은 저녁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KTX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왕래는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와 달랐다. 다음 날 아침 부산역 광장에서 등산복 차림의 60대 남성 네 명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 사이라는 이들에게 내년 대선에 누구를 찍을지 정했냐고 물었다.

“윤석열.” 조모(67·부산 금정구)씨가 곧장 답했다. “야는 원래 홍준표판데….” 옆에 있던 친구가 첨언했다. “홍준표가 학교 동기 비슷한데 경선에서 떨어져삐니 어짤 수 없다.” 조씨가 대꾸했다. 국민의힘 윤 후보가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다. “개인이 좋은 건 없어요.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야 하니까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는 게 부족한 측면이 있겠지만 참모를 잘 쓰면 총괄적으로 끌고 가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관해 묻자 조씨의 목청이 높아졌다. “아~ 그 양반은 말을 너무 잘해가지고 겁납디다. 상대방 말 떨어지기도 전에 딱 받아치는데….”

창녕 출신 홍준표 지지자 “떨어진 사람 어쩔 수 없고 힘 모아야”
부산 택시 기사 “국민의힘 밀었지만 경제 무관심, 민주당이 안 낫겠나”
이대남·이대녀 갈등, 집값 폭등, 불어난 세금엔 한목소리로 비판론
문 대통령 퇴임 후 돌아갈 양산 주민 “대통령 지지-욕하는 분 반반”

부산·울산·경남(PK)은 대선의 ‘스윙 스테이트’(경합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민주당 입장에선 수도권의 선전과 함께 PK에서 득표를 끌어올리면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지역이다.

자갈치시장 옆 점포 골목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성탁 기자

자갈치시장 옆 점포 골목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성탁 기자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택시를 운전하던 김모(63·해운대구)씨는 같은 60대지만 조씨와 다른 말을 했다. “이 사람이 되든 저 사람이 되든 무슨 관계가 있습니꺼.” 김씨는 정치인을 밀어봤자 해준 게 없다며 불만이었다. “이쪽에서 김영삼·노무현·문재인까지 대통령 많이 나왔잖아요. 세 사람 다 부산 경제에 해준 게 어데 있어. 부산 너무 낙후됐어요. 가덕도 신공항도 똑같은 인간들 와서 잠시 선거운동하고 나면 끝이고. 박형준 시장도 돼서 지금 뭐합니꺼.”

하지만 김씨는 대선 때 민주당을 찍겠다는 속내를 비쳤다. “여기 사람들 정권교체를 원하는 것 같은데 저는 국민의힘에 큰 관심 없읍니데이.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까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까네 경제에 무관심이고. 민주당 사람들이 하면 안 낫겠나 싶어요.” 이 후보에 대해선 “그 사람도 똑같다”면서도 “서울에 모든 게 몰려 있으니 집값이 오르는 건데, 지방으로 보내겠다고 한 것은 잘한 얘기”라고 말했다.

주말 자갈치시장 골목에도 제법 발길이 몰렸다. 홍준표 의원이 경남 창녕 출신이어서인지 이곳에서도 그를 지지했다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건어물 가게를 하는 천모(60)씨도 그중 한 명이다. “떨어진 사람은 어쩔 수 없고. 여기는 안 물어봐도 정권교체해야 된다는 사람이 많아요.” 천씨는 문재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있는 사람은 그거 하더라도 서민들은 좀 살려 줘가며 이리해야지. 서민들이 어쩌다 집 한 채 사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걸 이래 놔 뿌리면. 너무 부동산 제도가 어렵게 돼가지고….” 천씨의 불만은 집값 폭등이 아니라 세금이 늘어난 것이었다. 그는 “집값 오르는 것은 모든 게 오르니 그럴 수 있다 싶은데, 생각지도 않은 세금이 너무 올랐다”며 “건강보험료가 23만원에서 48만원이 됐다”고 했다. 3년 전 산 건물이 있지만 장사가 안된다고 집세를 안 줘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곳에서 만난 이모(38·사하구)씨는 “홍 의원이 낙마했으니 난 이 후보를 지지한다”며 “사람 보고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아는 형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면역 주변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대학 재학 중이라는 신모(27·사상구)씨는 “지난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을 안 찍었는데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지지로 갔던 친구들이 꽤 돌아오는 것 같다고 한 그는 “1, 2번이 제대로 못 했다는 애들은 3번을 생각하기도 하더라”고 귀띔했다.

신씨는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이 민감해하는 대목을 드러내는 얘기도 했다. “집값부터 해서 코로나도 위에서 시행하는 거니까 답답한 거죠. 특히 불필요한 공무원들 제한해야 하고, 남녀평등 같은 것도 시정돼야죠. 지금 여성 경찰도 말이 많으니 고쳐야겠죠?” 윤 후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까지만 했으면 멋졌을 텐데 좀 이르지 않나 싶다”면서도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지만 표가 갈리면 안 되니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근처에서 만난 여성 취업준비생 이모(25·남구)씨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많이 우대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왜 20대 남자들이 여성이 혜택을 본다고 불만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 자택이 있고 퇴임 후 이곳 사저로 내려갈 예정이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양산을 지역구 의원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지하철로 찾은 양산 일대는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의 모습이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층이 유입되고 양산에 살던 이들 가운데 부산으로 이주한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근거지나 마찬가지인 양산의 민심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산과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양산역에서 가까운 대형마트 앞에 택시를 세워두고 손님을 기다리던 50대 초반 이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양산이 민주당 쪽으로 많이 왔었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좀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윤 후보를 혹평했다. “윤석열씨는 너무 그렇지 않아요? 정치를 자기가 얼마나 안다고…. 그런 사람은 잘못하면 금방 무너져요. 4개월 만에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게 그게 말이 되나. 대한민국 수준이 안 그렇습니까.” 그는 “우리 세대는 친구들을 만나 봐도 반반이다”며 “대선이 몇 개월 남았으니 사람 보고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바로 뒤에 차량을 세워놓고 있던 다른 택시기사 김모(60)씨는 “나는 무조건 보수”라며 “근데 우리 집 애들은 또 민주당이고 나하고 집사람만 이쪽”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자택 근처에 사는 30대 부부는 지지 후보를 못 정했다고 했다. 34살 남편은 “두 후보 모두 마음에 안 든다”며 “홍준표 후보가 떨어질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둘 다 흠이 큰데 윤석열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라고 읊조렸다. 32살 부인은 “주위에 나이 많은 이모님들하고 일하는데 ‘대통령 될 사람은 이재명이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이모들이 ‘박근혜밖에 없다’고 했었어서 그리 되려나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무조건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생각은 없고, 부동산 공약을 보겠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집값이 잡힐 것 같지는 않다”며 “술자리에서도 들어보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과 욕하는 분이 반반”이라고 했다.

이재명-윤석열, 목표 지지율 확보 못한 상태
부산·울산·경남(PK)을 대선 경합지로 꼽는 이유는 역대 대선에서 이곳 지지율이 승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PK 출신 후보(노무현·문재인)를 내 집권에 성공했다. ‘영남 후보와 호남의 지지’를 결합하는 전략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지지세를 회복하고 PK에서 40%가량 지지율을 확보하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PK에서 ‘잘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비율 이상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 KBS 의뢰로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PK에서 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4.2%다. 하지만 후보별 지지율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2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4%. 지지 후보가 없다(16.3%)와 무응답/모름(7.1%)을 합하면 20%를 넘기 때문에 양측 모두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22.5%인 것도 변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은 ‘3당 합당’ 이후 PK에서 득표율이 올라왔다는 점도 주목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18곳 중 3곳을 차지했지만, 부산 전체 득표율은 43.99%였다. 당시 미래통합당 득표율은 50.92%.

역대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PK지만, 부산 출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를 내지 못한 PK 민심은 지역 경제 발전에 대한 비전에 쏠리고 있다. 여야 후보들의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이다.

모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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