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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흉기’ 불법 판스프링 화물차, AI와 드론으로 잡아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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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21 안전이 생명이다 ⑧(끝)

 판스프링에 맞아 찢긴 승용차의 앞 유리. [연합뉴스]

판스프링에 맞아 찢긴 승용차의 앞 유리. [연합뉴스]

#.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교 인근 43번 국도를 지나던 차량의 앞 유리를 쇠붙이가 뚫고 들어와 조수석을 강타했다. 25㎝ 길이의 쇠붙이는 화물차에서 떨어진 거로 보이는 판스프링이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2021 안전이 생명이다⑧(끝)

 #. 2018년 1월 경기도 이천 부근 중부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던 버스가 도로에 떨어진 화물차용 판스프링을 밟았다. 이때 튕겨 나간 판스프링이 반대편에서 달리던 승용차 운전석으로 향했다. 목 부위를 맞은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화물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판스프링을 달거나, 적재 칸을 뜯어고치는 대형 화물차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자동차안전검사와 현장 단속을 통해 이들 차량을 적발하고 있지만, 불법 개조를 근절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화물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탄력이 좋은 판스프링을 불법 부착한 대형 화물차.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화물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탄력이 좋은 판스프링을 불법 부착한 대형 화물차.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3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등화 손상 ▶측면보호대 불량 ▶물품적재장치 임의변경 등 안전기준위반과 불법개조로 적발된 건수는 모두 1만 7700여건에 달한다. 전년도(1만 4200여건)보다 24%나 늘었다.

 특히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형화물차의 불법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공단의 분석이다. 대형화물차에는 차령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받는 자동차안전검사도 효과가 떨어진다. 안전검사에선 배기가스 배출량과 불법개조 여부 등을 확인한다.

 국회 김윤덕 의원실이 밝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사 대상인 대형 화물차의 98.7%가 공단이 아닌 민간검사소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검사는 공단과 민간검사소로 나뉘어 있다.

화물칸을 불법으로 바꾼 대형 트럭.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화물칸을 불법으로 바꾼 대형 트럭.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이들 대형화물차가 민간검사소를 찾는 이유는 불합격률이 공단 검사소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공단 검사소의 불합격률이 45.1%지만 민간검사소는 21.4%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단속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단이 한국도로공사, 경운대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과 드론을 활용한 불법차량 단속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은 물론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 1만 3000여대에서 수집된 영상을 AI가 판독해 불법개조 차량을 잡아내는 게 목적이다.

 AI에게는 판스프링 등 다양한 불법개조사례를 제공해 딥러닝토록 한다. 또 여러 영상정보를 모아 하나의 영상으로 정렬시키는 영상정합기술, 이동 중인 특정차량을 찾아내는 이동객체 검출기술 등도 활용한다.

 공단의 박용성 자동차검사본부장은 "이르면 내년 5월께 CCTV 영상 등에 영상인지기술을 적용해 불법개조 차량을 찾아내는 자체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3년 내로 일정 수준의 판독률이 나오면 현장에 곧바로 적용하면서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불법개조 차량 단속에는 드론이 찍은 영상도 활용된다. [연합뉴스]

불법개조 차량 단속에는 드론이 찍은 영상도 활용된다. [연합뉴스]

 드론은 불법개조 차량 적발뿐 아니라 졸음·주시태만 감지와 교통안전시설물 모니터링, 고속도로 사고 발생 시 현장 상황 녹화·전파·차로차단 등 고속도로 교통안전관리 및 사고대응 자동화 플랫폼 개발에도 기여하게 된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된 불법차량 단속 기술을 통해 교통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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