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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 난무하는 KBO리그 투표 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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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야구 개인상에 장난 같은 투표가 일부 끼어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개인상에 장난 같은 투표가 일부 끼어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KBO리그 시상식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난 투표’가 또 나왔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비공개 투표를 공개 투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1 KBO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상 투표 결과 최종 승자는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와 이의리(KIA 타이거즈)였다. 미란다는 외국인 선수 역대 7번째로 MVP를, 이의리는 타이거즈 선수로는 36년 만에 신인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수상자보다 눈길을 끈 건 예상을 깨고 득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일부 선수들이었다.

올해 투표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5명이 참여했다. MVP는 1위부터 5위(1위 8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까지, 신인상은 1위부터 3위(1위 5점, 2위 3점, 3위 1점)까지 투표인단 자율로 순위를 정해 투표했다.

MVP 투표에서 1위 표를 획득한 선수는 총 14명. 이 중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한 불펜 투수 김태훈(SSG 랜더스)과 타율 0.272로 평범한 성적을 남긴 유격수 하주석(한화 이글스)이 포함됐다. 두 선수는 ‘공동 다승왕’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 ‘타점왕’ 양의지(NC 다이노스)도 받지 못한 1위 표를 획득한 셈이다. 이밖에 5점대 평균자책점 마무리 투수 정우람(한화·총점 3점), 규정타석 타율 최하위(0.227) 박병호(키움·총점 1점)도 득표했다.

신인상 투표 결과는 더 가관이었다. 올 시즌 1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22.50(2이닝 5실점)을 기록한 구준범(삼성 라이온즈)이 1위 표를 받았다. 1군 기록이 1타석에 불과했던 내야수 고명성(KT 위즈)과 5경기 출전에 그친 포수 권혁경(KIA 타이거즈)에게도 2위 표가 1장씩 향했다. 두산 베어스는 안재석(총점 7점)보다 박지훈(총점 10점)의 총점이 더 높았다. 안재석은 1군 96경기를 소화한 백업 내야수. 박지훈은 14타석 소화밖에 하지 않았지만 1위 표를 2장이나 받아 3위 표만 7장을 받은 안재석에 앞섰다.

올해 MVP 투표에선 1표라도 받은 선수가 33명이나 된다. 더 중요한 건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인기투표로 전락한 시스템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만장일치 수상은 언감생심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사이영상이나 명예의 전당을 비롯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가 끝나면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모두 공개한다. 공개 투표는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조만간 야구기자회 총회 때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다. 투표 자격도 문제가 있다. (투표 방식은) 기자회 결정 사안이지만, 변화를 주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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