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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사업하겠다"…트위터 괴짜 창업자, 이번엔 '셀프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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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CEO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CEO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마침내 떠날 때가 됐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45)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사임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사퇴는 어려운 결정이었고, 정말 슬프지만 정말 행복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도시는 사퇴를 결심한 세 가지 이유로 ▶새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 ▶이사회 의장 브릿 테일러, ▶트위터 직원들에 대한 믿음을 꼽으면서 “파라그가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이 매우 중요하며 무엇보다 회사는 창업자의 영향이나 지시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그라왈

아그라왈

지난 2008년 “취미를 즐기겠다”며 조기 퇴근하는 등 근태 논란을 일으켜 한 차례 해고됐던 그는 2015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던 트위터에 CEO로 복귀했다. 도시는 보유 주식의 3분의 1인 2억 달러(약 2300억원)를 회사에 기부했고 급여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직원의 8%를 해임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트위터의 전매 특허였던 140자 제한 정책까지 포기한 끝에 창업 11년 만인 2017년 4분기에 사상 첫 흑자를 이뤄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도시는 뉴욕대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중퇴했다. 트위터의 시초가 된 ‘실시간 단문 메시지 소통’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창업하겠다면서다. 2000년 온라인에서 택시와 구조대 등 파견 회사를 차렸던 도시는 2006년 메시지 사업모델에 관심을 보인 정보기술기업 오데오와 손잡고 2주 만에 트위터를 만들었다. 괴짜 CEO로도 유명한 도시는 마법사 같은 긴 수염과 코걸이가 트레이드마크이며 명상부터 패션 디자인까지 ‘취미 부자’다. 기부에도 인색하지 않은 그는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핀테크 업체 스퀘어 지분의 30%인 10억 달러를 팬데믹 구호에 쾌척했다.

BBC는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SNS)로 유권자와 소통하게 하는 등 확실히 세상을 변화시켰다”며 “도시는 기술이 세상을 선하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히피”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시는 최근 주변에 “트위터를 떠나서 암호화폐와 자선사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도시의 뒤를 이어 트위터의 새 수장인 된 만 37세의 파라그 아그라왈은 불확실성이 컸던 도시와 달리 ‘성실의 아이콘’에 가까운 인물이다. 2011년 트위터에 합류해 도시의 최측근으로 조용히 활약해왔다. 언론은 그를 “잭 도시의 오른팔이자 정신적 후계자”(뉴욕타임스) “막후에서 암약하던 트위터의 인사이더”(가디언)라고 평가했다. 인도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그라왈은 인도 IIT 뭄바이에서 컴퓨터공학 학사를 취득했고,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미국에 정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AT&T 등에서 일한 뒤 트위터에 입사했고 2017년 최고테크놀로지경영자(CTO) 자리에 올랐다.

잭 도시는 아그라왈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합리적이며 창의적이고 동시에 요구사항도 많지만,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겸손하다. 내게 매일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었으며 다음 CEO로 적격인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아그라왈 앞엔 과제가 산적해 있다. NYT는 “트위터는 단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미디어 회사로서 정체성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그라왈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나 역시 여러분들과 같은 도전 과제를 이겨냈고 실수를 했고 그러면서 계속 성장했다”며 “우리에게는 앞으로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적었다. NYT는 아그라왈과 MS의 사티야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가 모두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며 “인도 출신 CEO들이 IT업계를 꽉 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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