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재택치료 시 가족 ‘등교ㆍ출근금지’…아파트 방역관리는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21:37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4,000명대를 넘어선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 원격 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4,000명대를 넘어선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 원격 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기본 치료 방침을 ‘재택치료’로 전환하면서 모든 확진자는 원칙적으로 집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또 확진자와 함께 사는 이들은 최소 열흘간 함께 격리돼 학교 등교나 회사 출근을 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더라도 예외는 없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연일 최다치를 기록하고, 중증환자 치료 병상이 고갈되자 급히 내놓은 대책이다. 위드코로나에 따라 재택치료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준비없이 엑셀만 밟으면서 확진자 치료 공백 뿐 아니라 2차 감염, 가족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재택치료 확대방안’을 공개했다. 전날(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열고 의료대응체계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한데 따른 후속 방안이다.

기존에는 입원 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 경증 확진자 중 본인이 원하는 사람만 재택치료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코로나19 확진자로 재택치료 대상이 확대됐다. 입원 치료는 특별한 입원 요인이 있거나 주거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소아ㆍ장애인ㆍ70세 이상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 등에만 받는다.

가장 우려스러운건 확진자 치료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에게는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재택치료 키트가 배송된다. 스스로 자기 몸 상태를 챙겨야 한다. 전담병원 의료진이 하루 2~3번 전화를 걸어 상태를 체크한다. 이상이 감지되면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한다는게 정부 계획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재택치료자가 폭증하면서 전담병원이나 보건소가 감당을 하지 못한다.

서울 구로구의 전담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한 달 새 재택치료 환자가 20명에서 160명으로 늘었다. 중등도 증상 환자가 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30일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 기력이 없어 밥 못 먹고 잠만 자는 환자 등이 있어서 보건소에 이송을 통보했다”며 “실제 이송에 2~3일 걸린다는데, 그 새 탈이 날 경우 의사가 책임져야 할지 몰라 불안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가벼운 흉통, 장염 동반 환자 등 애매한 환자가 나온다. 입원할 필요는 없지만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 장염환자는 초음파를 찍어보면 좋은데, 그게 안 된다.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생기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청 재택치료자 지원 업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최초 설계할 때는 100명이었는데, 오늘 240명이 됐다. 시에서 구마다 500~1000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서 물품 전달 등을 맡을 보조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담이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고 우리 구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기에 직원들 설득해서 버텨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확진자들도 불안하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에 들어간 직장인 A씨는 “아플때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받지 못해 불안하다. 재택치료 키트 전달이 하루 이상 지연돼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라고 말했다.
재택치료자들이 몸 상태가 나빠지면 외래 진료를 받을 전담병원이 중요한데 현재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과 3개 민간 거점전담병원만 준비된 상태다. 또 정부는 재택치료를 확대하며 고령ㆍ고위험군의 경우 외래의료기관에서 항체치료제 주사 등 놓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준비가 전혀 안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싱가포르처럼 재택 대상을 50세 이하 백신 맞은 사람으로 국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재택치료를 확대하려면 각 가구의 모니터링이 원활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인력, 적극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송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상황을 고려했을 때  20개월간 해왔던 경험이 있는 생활치료센터가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 재택치료보다 낫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와 함께 사는 가족 등 동거인은 열흘간 외출을 못하는 불편을 떠안게 됐다. 동거인이 미접종자라면 확진자의 격리가 해제되더라도 추가로 열흘 더 격리 당한다. 당국은 동거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확진자와 계속 접촉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있다고 본다.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등교하는 게 금지된다. 병원 진료나 약 수령, 폐기물 중간 배출 등의 경우에만 외출할 수 있다. 최근 하루 3000~40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매일 1만~1만5000명가량의 추가 격리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재택치료 시 비용 부담과 동거인 출근 제한 등을 고려해 생활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생의 경우 출석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동거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긴 역부족이다. 동거인이나 가족이 확진자의 식사나 빨래 등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챙기며 간병해야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는 생활지원비 확대 외 지원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생활이 보편화된 우리나라 특성상 감염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안에 확진자가 머물 경우 나머지 가족들과 동선 구분이 어렵다. 감염관리마저 가족들의 몫이다. 자칫 가족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 노부모나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가족이 감염될 경우 중증환자로 악화할 우려가 크다. 공동주택 내 공조시스템 등을 통해 다른 세대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 구조고 일부는 공조 시스템이 같이 돌아가는 구조라 단지 내 감염도 굉장히 많이 나올 우려가 있고 조부모나 어린아이 감염도 나올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50세 이하 무증상인 환자들, 또 1~2인 가구만 재택치료를 하는 게 맞고 가족이 있는 경우는 생활치료시설에 최소한 격리는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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