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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지원에 선 그은 이동걸 “산은 대출없는 인수가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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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 후보로 결정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지원 요청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평택공장 부지가 아니라 쌍용차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해야만 추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발전 방안을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검증할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가 공식적으로 자금지원을 요청해온 사실은 없다”며 “다만 에디슨모터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산은 대출 없이도 인수나 운영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처럼 (산은의) 지원 없이 하는 게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쌍용차 평택부지를 담보로 한 대출 가능성과 관련해선 “담보는 보완 수단일 뿐 기업의 존속과 회생 가능성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산은이 땅을 회수해서 아파트를 지어서 팔 것도 아니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에디스모터스 측에 대한 불편한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면밀한 사업 타당성 점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당위성을 (언론 등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인수의 핵심인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리는 일”이라고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산업은행에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운영자금 7000억~8000억원 빌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쌍용차의 인수와 운영자금으로 제시한 금액(1조6000억원)의 절반이다. 하지만 대출 요청에 산업은행이 난색을 표하자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산은의 대출 없이도 인수와 운영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회장이 대출 요구에 선을 긋는 데는 에디슨이 제시한 쌍용차의 발전 전략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자율주행 등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그에 반해 에디슨모터스는 500억원 수준으로 전기차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매출로 이어질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시장에서 여러 우려가 나오는 만큼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재무와 기술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운수권과 슬롯(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횟수)을 축소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회사의 미래경쟁력을 훼손할 정도의 운수권 축소는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인력과 통합계획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국익을 위해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강력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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