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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오류 논란 '생명과학Ⅱ 20번'…결국 소송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후 대전 대신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무사히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후 대전 대신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무사히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이 소송 준비에 나섰다. 앞서 EBS 교재에 해당 문항과 비슷한 ‘조건이 불완전한’ 문항의 오류를 EBS가 인정하고 정답을 수정한 바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3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치러진 수능에서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및 정답에 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곧 서울행정법원에 낼 예정이다.

사건을 맡은 일원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오늘(30일)까지 소송 참여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며 "수능 정답에 대한 결정 처분 취소처분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번 주 내로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수험생 30여명이 소송 참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집단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하지만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개체 수(동물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항이 오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입시업체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손경호 이투스 강사는 "문항의 근본적인 조건에 오류가 있기에 제대로 된 풀이가 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수험생의 혼란과 논란을 피하려면 평가원에서 검토를 꼼꼼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로학원도 이날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은 문제 성립이 불가능한 문제"라며 "올해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수능완성 107페이지 8번 문제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EBS는 지난 9월15일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고 수험생들에게 정오표를 고지했다. 종로학원은 "이번 건이 오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앞으로 생명과학뿐 아니라 수식이 등장하는 모든 과목에서 개체 수가 음수인 집단을 가정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선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를 인정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29일 "20번 문항은 명백한 출제 오류"라면서 "해당 문항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글은 현재 사전동의가 100명을 넘겨 관리자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2014학년도 수능에서도 세계지리에서 출제 오류가 일어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일이 있었다. 평가원은 당초 출제 오류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이 소송을 냈고, 1년이 지난 후에 '등급결정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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