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닫은 은행 들어가 “금융거래 중단”…'2억원' 보이스피싱 막은 경찰관[영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4시쯤 대전경찰청 112상황실. “고객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억대의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을 보고 다급하게 신고한 전화였다. 112상황실은 해당 은행 관할인 대전유성경찰서 도룡지구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대전유성경찰서 도룡지구대 김희주 경장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2억원이 넘는 거액을 인출한 남성(오른쪽 붉은색 원)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유성경찰서 도룡지구대 김희주 경장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2억원이 넘는 거액을 인출한 남성(오른쪽 붉은색 원)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당시 인근을 순찰하던 김희주(34) 경장은 지령을 받고 동료와 함께 은행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은행 업무시간이 끝나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 김 경장은 평소 은행 직원들에게 협조를 받아 출입하던 뒷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은행 안에서는 A씨(40대)가 2억3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한 뒤 밖으로 나가려던 상황이었다.

검사 사칭에 속아 금융기관서 대출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김 경장은 A씨에게 현금 인출 목적과 과정 등을 물었다. 하지만 A씨는 말을 얼버무리며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김 경장은 “이렇게 큰돈을 어디에 쓰시려고 하나. 혹시 대출 관련 전화를 받으셨나.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며 A씨를 설득했다. 결국 남성은 ‘OO지검 검사’를 사칭하는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털어놨다.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는데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대출)한도가 가능한 대로 대출을 받아서 돈을 보내야 한다”며 A씨를 협박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A씨는 두 곳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평소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으로 송금, 2억원이 넘는 현금을 인출하던 과정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장을 만나게 됐다.

지난 7월 27일 대전시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기 직전 출동한 경찰관, 은행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 7월 27일 대전시 서구의 한 은행에서 70대 여성(노란색 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기 직전 출동한 경찰관, 은행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김 경장은 A씨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사실을 안내하고 그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도 삭제했다. A씨는 검사를 사칭한 남성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해야 한다”며 앱 설치를 요구하지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앱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하는 악성 앱이었다.

은행 직원·경찰 공조로 피해 예방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거액을 넘기기 직전 은행 직원과 김 경장의 공조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뭔가에 홀린 것 같다”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말 고맙다”며 경찰과 은행 측에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해당 사건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공조를 당부했다.

김희주 경장은 “현장(은행)에 도착했을 때 불안한 표정으로 돈을 인출하던 남성을 보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확신했다”며 “갈수록 고도화하는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과 경찰에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7일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업무 협약을 논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 5월 7일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업무 협약을 논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한편 대전경찰청과 관할 6개 경찰서는 지난 5월 각 금융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하면 곧바로 신고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