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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주춤, 일상회복 유보…불확실성에 산업 전망 ‘노란불’

중앙일보

입력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회복 흐름을 이어가던 산업 경기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반등 기미를 보이던 산업생산은 지난달 다시 감소했고,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도 회복세가 꺾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인 데다, 정부가 국내 일상회복 단계 상향을 유보하면서 향후 경기 회복에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9% 감소하며 지난해 4월(-2.0%)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 9월(1.1%) 생산이 석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주춤한 모양이다.

공급망 차질에 산업 곳곳 타격

주요 업종별 생산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업종별 생산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광공업의 주요 업종인 제조업은 자동차·1차금속 생산이 줄어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반대로 제조업 재고는 3.5% 늘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31.6%), 통신·방송장비(19.2%), 전자부품(4.5%) 등의 재고가 많이 늘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 전환한 것을 고려하면 업황이 이전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생산도 9월(-9.7%)에 이어 5.1%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주요 업체가 가동을 중단하거나 부분 가동에 들어가는 등 조업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9월(1.4%) 증가했던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달 0.3% 감소로 돌아섰다. 금융상품 거래가 줄고 주가가 하락하며 금융·보험(-2.1%) 생산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다만 대표적인 대면 업종인 숙박·음식점(4.5%) 생산은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지난해 5월(-5.7%)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국내외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기업은 운송장비(-8.7%) 투자를 줄였다. 기계류(-4.4%)에 대한 투자도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달 생산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체공휴일 효과를 꼽았다. 10월은 당초 조업일이 23일이었는데, 개천절과 한글날의 대체공휴일이 생기면서 조업일이 21일로 이틀 줄었다. 조업일이 짧아지면 생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간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0.2% 늘며 2개월 연속 증가를 이어갔지만, 9월(2.4%)보다는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아웃도어·겨울 의류 등 준내구재(2.8%) 판매가 증가했다. 이사철 가전제품 수요와 함께 이른 한파에 따른 난방 가전 등 내구재(2.2%) 판매도 늘었다.

“위드 코로나 효과 사라질 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경기 개선 흐름이 끊긴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11월에는 수출 호조세,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내수여건 개선, 전월 낮은 기저영향에 따른 기술적 반등 등으로 주요지표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방역 조치 전환 등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인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경기 회복 흐름의 정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생산·투자 감소가 주로 대외 요인에 영향을 받았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등이 확산하면서 공급망 병목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상승하다 지난 7월부터 4개월째 하락하는 중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개월 연속 내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나타난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국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얻은 반짝 경기 회복이 지속되지 않고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교란 현상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달 소비 증가에는 위드 코로나 시행 결정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모임 등이 늘어나는 11·12월에 방역을 다시 조이면 경기에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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