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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료 넘겨받고 인사·납품청탁 들어줘”…은수미 성남시장 기소

중앙일보

입력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해 10월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해 10월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자신의 사건 수사자료를 받는 대가로 담당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는 은수미 경기도 성남시장이 기소됐다.

검찰은 당초 ‘수사자료 유출’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 수사는 성남시장은 물론 최측근 참모, 시 공무원, 경찰관 등이 다수 얽힌 성남시의 총체적 비리 사건으로 규정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병문 부장검사)는 뇌물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은 시장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30일 밝혔다.

은 시장은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4급 상당) 박모 씨(구속 기소)와 공모해 2018년 10월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구속 기소)에게 수사 기밀을 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성남시가 추진하던 4억 5000만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 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해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업체 측으로부터 7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또 지인의 성남시 6급 팀장 보직을 요구해 인사 조처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은 시장이 수사와 관련한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A씨에게 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보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

은 시장은 A씨의 상관이던 다른 경찰관 B씨(구속 기소)의 인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도 있다.

B씨는 2018년 10월 박씨로부터 “은수미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건축사업에 도움이 되는 시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과 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 은 시장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휴가비나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박씨에게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은 시장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3월 사직한 이모씨가 “2018년 은 시장이 검찰에 넘겨지기 직전 A씨가 수사 결과보고서를 (은 시장 측에) 건네줬다”고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3월 경찰로부터 A씨를 구속 송치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은 시장의 최측근이던 정책보좌관 박씨를 비롯해 전직 경찰관인 A씨와B씨, 시 공무원, 업체 관계자, 브로커 등의 혐의를 차례로 밝혀내 총 8명(구속 6명, 불구속 2명)을 기소했다.

이어 사건의 가장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은 시장을 이날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기소 대상에는 수행 활동비 명목으로 박씨에게 1500만원을 수수한 은 시장의 수행비서 C(7급)씨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8개월이 넘는 보강 수사 끝에 성남시 공무원과 지역 경찰관, 알선 브로커 등이 유착한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인 직책과 권한을 사유화하고 사익 추구에 활용한 비리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은 시장은 그간의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시장과 C씨는 앞서 기소된 8명의 사건에 병합돼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 시장은 “재판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이고 무리한 기소에 대한 잘잘못과 저의 결백함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로부터 수사 기밀을 받았다고 하는 시점은 이미 경찰이 기소를 결정한 시기였고, 저는 이미 검찰 수사와 재판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경찰의 수사 상황 공유를 대가로 각종 인사 및 계약 청탁에 제가 관여해서 경제적 이익 등을 공유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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