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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MZ세대 많은 IBK팬의 가라앉지 않는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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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팬들이 본사 앞에서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 [뉴시스]

IBK기업은행 팬들이 본사 앞에서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 [뉴시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주요 팬층인 MZ세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단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스포츠빅데이터 전문 기업인 티엘오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팬의 절반 이상(56%)은 보통 MZ세대로 구분되는 20대~30대로 분석된다. 10대는 8%, 40대는 14%, 50대 이상은 22%다. 스포츠 중에서도 고연령층의 선호도가 높았던 배구라는 걸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

남성(42%)보다 여성(58%)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화성체육관을 찾은 홈 팬들 중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김희진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매료된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기업은행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고, 서남원 감독이 물러난 뒤 김사니 코치가 대행을 맡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서다.

소셜미디어 포스팅 키워드로는 '김희진' '곰돌이' '여자배구' 등이 주를 이뤘다. 김희진이 부상당하고 개막 7연패가 이어졌을 때는 '서남원_사퇴해' '서남원_파면'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엔 '무단이탈' '서남원감독 경질반대'으로 바뀌었다.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세대답게 빠르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실 MZ세대로 분류되는 20대~30대는 한 세대로 보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워낙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이 강하다. 하지만 불평등과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 특징이 이번 IBK기업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23일 흥국생명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김사니 감독 대행. [연합뉴스]

23일 흥국생명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김사니 감독 대행. [연합뉴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부실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조송화 문제와 관련해선 상벌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며 한국배구연맹에 짐을 떠넘겼다. 감성한 단장이 새로 임명됐지만 김사니 대행에 대해선 '제재는 내리겠지만, 새 감독의 의지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관대한 입장이다.

팬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기업은행 본사와 경기장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구단이 소지품 검사를 통해 막긴 했지만, 피켓과 현수막 등으로 구단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구단을 압박해 올바른 해결방식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배구계에도 IBK 사태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인기있는 구단이다. TV 시청률(28일 기준) 2위, 시청자수 1위, 포털사이트 동시접속자수 1위다.

김사니 감독 대행이 처음 지휘한 23일 흥국생명전에선 V리그 올 시즌 최고 시청률(1.28%)을 찍었으나, 다음 경기인 27일 GS칼텍스전에선 0.78%까지 급락했다. 장기적으로는 배구 팬들의 시선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수치다.

프로야구는 시즌 도중 방역 문제, 리그 중단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시청률이 30% 이상 하락했다. 배구 역시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은행이 프로배구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폐'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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