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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째 무료결혼식 열고, 폐품 모아 4000만원 기부…LG 의인상

중앙일보

입력

30일 LG 의인상을 받은 백낙삼씨(왼쪽부터), 박화자씨, 안현기씨. [사진 LG]

30일 LG 의인상을 받은 백낙삼씨(왼쪽부터), 박화자씨, 안현기씨. [사진 LG]

경남 마산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낙삼(89)씨는 형편이 어려운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무료 결혼식을 열어준다. 1967년 예식장을 연 후 올해로 55년째다. 이곳에서 무료 결혼식은 올린 부부는 총 1만4000쌍에 이른다. 백씨 부부는 무료 결혼식을 지원하기 위해 건물 관리는 물론 식장 청소, 주차 등을 모두 직접 챙긴다.

백씨는 “저도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못 했다”며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하루 (무료 결혼식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덧 50년이 넘게 흘렀다”고 회고했다. 이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예식장을 잘 운영하고, 여생은 아내와 우리가 결혼시킨 부부들이 잘살고 있는지 한 번쯤 가서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30일 LG복지재단은 백낙삼씨을 비롯해 12년간 폐품을 모아 어려운 학생을 도운 박화자(60)씨, 질주하는 차량을 자신의 차로 막아 대형 피해를 막은 안현기(24)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LG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제정됐다. 지금까지 169명이 의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LG 의인상을 받은 박화자씨는 2009년부터 매일 아침‧저녁 4시간씩 폐품을 모아 마련한 돈을 기부해왔다. 지금까지 어려운 학생 등을 위해 기부한 금액이 4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암 판정을 받은 박씨는 “어릴 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공부를 제대로 못 했던 게 아쉬워서 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는데, 최근엔 장학금을 지원해준 대학생이 5급 공무원 시험(행정고시)에 합격해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안현기씨는 지난 9월 충북 충주 시내에서 운전자가 잠시 내린 사이 제동장치가 풀린 차량이 왕복 6차선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안씨는 즉시 자신의 차로 달리던 차량을 막아 멈춰 세웠다. 충돌로 차량이 심하게 망가졌지만, 안씨를 포함한 부상자는 없었다. 차가 그대로 돌진했더라면 자칫 길을 건너던 행인들이 다치는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LG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선택한 두 분의 이웃사랑 정신과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을 막은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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