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샴페인 하이볼, ‘자본주의 맛’? ‘더블 패가망신’?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46)

얼마 전 지인과 즐겨 찾는 와인바에 갔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레드 와인에 치즈 한 입 곁들이는 게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주인장에게 레드 와인 한 병을 추천받고 치즈를 주문하던 순간 메뉴판에서 난생처음 보는 술을 발견했다. ‘샴페인 하이볼’. 위스키에 탄산수나 탄산음료를 부어 마시는 하이볼에 웬 샴페인?

샴페인 하이볼이 뭐냐고 묻자 주인은 말 그대로 위스키에 샴페인을 탄 것이라고 말했다. 탄산수나 탄산음료 대신 샴페인을 쓰는 것.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비싼 샴페인이라니. 놀라는 내게 주인은 “한 손님이 ‘자본주의의 맛’이라고 하더라고요”라고 소개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 샴페인에 손대기 시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샴페인에 비싼 위스키까지 섞다니… 그야말로 자본이 필요한 일, 나쁘게 말하면 ‘더블 패가망신’의 길 아닌가.

샴페인 하이볼에 사용된 샴페인과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샴페인 하이볼에 사용된 샴페인과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샴페인 하이볼은 한 잔에 2만 3000원. 웬만한 칵테일 뺨치는 가격이다. 그래도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 주문했다. 무심하게 얼음이 든 와인 잔에 샴페인을 붓고, 위스키를 부으면 샴페인 하이볼 완성. 잔 아래에서 예쁘게 올라오는 기포가 거친 탄산이 아닌 샴페인으로 만들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맛과 향은 별 기대가 없었다. 샴페인 맛이 위스키에 가려지거나 이도 저도 아닌 맛으로 변하거나….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강렬한 위스키 향을 샴페인 향이 받쳐주고, 위스키는 샴페인 맛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더 부각해줬다. 그리고 하이볼을 삼키면 위스키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났다. 서로 맛을 해치지 않는 샴페인과 위스키의 멋진 하모니였다.

샴페인 하이볼. [사진 김대영]

샴페인 하이볼. [사진 김대영]

앞으로 집에서 샴페인을 딸 때면 샴페인 하이볼은 꼭 만들어 마실 것 같다. 5만원 내외의 샴페인에 10만 원 내외 12년 숙성 싱글몰트 위스키면 적당하다. 더 비싼 샴페인이나 위스키는 섞어 마시는 것보다 따로 마시는 게 고유의 맛을 느끼기 좋을 거 같다. 부담된다면 ‘까바’ 등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에 블렌디드 위스키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다. 그래도 자본주의의 맛을 느껴보려면 샴페인에 싱글몰트 위스키를 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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