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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브뤼셀, 바르샤바서 빛난 김수연 "본격적으로 내 음악할 시간"

중앙일보

입력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부천필하모닉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수연. [사진 부천필]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부천필하모닉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수연. [사진 부천필]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김수연(27)이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장윤성 지휘자와 함께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 연주를 시작했다. 김수연의 화음은 오케스트라 총주의 커다란 음향을 뚫고 나와 정확히 울렸다. 소리가 분명하고 음악이 확실한 피아니스트였다. 군더더기 없는 타건이 선명한 연주를 만들어냈다.

올 상반기 국제 콩쿠르에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콩쿠르는 이제 졸업. 청중과 자유로운 소통 꿈꿔" #20세에 잘츠부르크로 유학, 단단한 소리의 연주자

5월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수연의 화려한 신고식이었다. 김수연은 2001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피아노 부문의 첫 동양인 우승을 기록했다. 새로운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올해 김수연은 국제 대회를 통해 계속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몬트리올 콩쿠르가 코로나19로 모두 영상 심사로 전환되면서, 김수연은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동시 출전’을 감행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주 영상을 찍어 몬트리올로 전송하면서 두 대회에 한꺼번에 참가했고,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준결선에 올랐다. 이어 7~10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국제 콩쿠르에 참가, 세미 파이널까지 올라갔다.

해외의 많은 대회를 거치고 한국 청중에게 26일 선보인 김수연의 음악은 영리하고 야무졌다. 공연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김수연은 “콩쿠르에 대한 동경은 이제 끝났다. 본격적인 무대에서 내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대회가 아니라 내 연주 무대에서 청중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 설렌다”는 그는 “평상시에는 말도 없고 소심한 편인데, 피아노에서 모든 표현이 허용되기 때문에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수연. [사진 김수연]

피아니스트 김수연. [사진 김수연]

김수연은 6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을 마친 20세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학사,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8년째 재학 중이고 1년 후 졸업 예정이다. 그는 “유럽 문화를 배우고 싶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학을 왔고, 여기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나 문화를 보고 배우며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콩쿠르를 ‘졸업’한 김수연은 이제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9월엔 파리에서 지휘를 배운 후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며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했다. 내년 9월 몬트리올 심포니와 협연을 비롯, 이후 북미 지역의 여러 공연도 잡혀있다. “콩쿠르 참가도 영상으로 하고, 우승 메달도 택배로 받았는데 몬트리올에 이제 데뷔를 한다”고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스타인웨이 레이블로 음반 녹음도 예정돼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정신없이 바빴지만, 옛날부터 이렇게 바쁘기를 바라왔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라는 김수연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집에만 있게 되면서 음악, 음악가의 소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힘들 때 많은 사람이 음악을 찾게 된다. 내 음악을 듣고 조금이라도 치유를 받거나 힘이 된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또 “많이 성장해서 언젠가는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해보고 싶다”며 “잘츠부르크에서 오래 공부하면서 마음으로 가까워진 작곡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 30분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라벨의 어려운 작품 ‘밤의 가스파르’에 이어 쇼팽의 즉흥곡, 환상곡, 폴로네이즈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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