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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곗돈 모아 연주회 열어요…8인의 성악가들 '인생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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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12월 사연의 마감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10차 마감: 12월 31일

연주회를 막 마친 그들의 표정에 행복이 배어있습니다. 연주회 제목이 왜 〈인생은 아름다워〉인지 알 듯합니다. (왼쪽부터 정재원 서태석 허향수 백준영 전유진 이유화 강병주 김현)

연주회를 막 마친 그들의 표정에 행복이 배어있습니다. 연주회 제목이 왜 〈인생은 아름다워〉인지 알 듯합니다. (왼쪽부터 정재원 서태석 허향수 백준영 전유진 이유화 강병주 김현)

저희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깐또레스’라고 합니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의
성악가들이 모인 겁니다.

우리는 9년 전 한 대학을 출강하는
강사들의 친목 모임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로 믿고 좋아하는
성악가들이 더 합류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학연도 지연도 아닌
서로의 사람 내가 좋아
믿고 모여 노래하는 정말 드문 모임입니다.

이렇게 모인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음악을
1년에 한 번씩 무대에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음악은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서로를 토닥이며,
화려하진 않지만, 청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그런 무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참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라
오늘의 우리 모습을
인생 사진 속에 남기고 싶어 사연을 신청합니다.

성악가 백준영 올림


이 한 번의 무대를 위해 그들은 돈을 모으고 열정을 더했습니다. 그들은 좋은 음악을 함께하며 나누겠다는 사람내나는 깐또레스'입니다.

이 한 번의 무대를 위해 그들은 돈을 모으고 열정을 더했습니다. 그들은 좋은 음악을 함께하며 나누겠다는 사람내나는 깐또레스'입니다.

지난 11월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들의 제8회 정기연주회에 찾아갔습니다.

연주회 전 막간을 틈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9년 전 처음 이 모임이 결성된 계기가 뭔가요?”

“동덕여대에서 시간 강사를 했던
사람들끼리 너무 친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냥 헤어지기 너무 아쉬우니까
연주 계를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연주 계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연주 계라뇨? 

곗돈 모으는 그 계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죠.
개인이 한 달에 5만 원씩 내면 1년에 60만원,
8명이면 500만원이니
그걸로 충분히 연주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해보자며 시작이 된 거예요.”

“그럼 자기 돈을 내서 연주회를 하는 거네요.”

“맞습니다.
저희는 이익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냥 좋은 사람끼리 하고 싶은 음악으로
즐겁게 연주를 해보자는 취지에요.
그리고 관객과도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1년에 한 번씩 연주회를 하는 겁니다.”

“보통은 성악가들이 

돈을 받고 무대에 서는 것 아닌가요?
이력을 살펴보니
다들 교수며 해외 유학도 다 다녀오셨던데….”

“유명하신 분들이나 그렇고요. 하하.
물론 저희도 때론 그렇게 무대에 섭니다만,
그게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사실 곗돈 모아서 

무대에 선다는 일이 금시초문이라….”

“기획사에 지불하는 비용,
무대 빌리는 비용,
녹음 비용,
브로슈어 찍는 비용,
뭐 이런 비용들을 우리가 부담해야 하니
1년 내내 모으는 거죠.
사실 비용이 문제가 아니고요.
우리에겐 어떤 사명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자원은 많지만
다들 K팝으로만 눈 돌리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우리라도 이렇게 명맥을 잇지 않으면
장래는 암담해질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좁은 길을 가면서
그 길이 더 좁아지지 않게끔
이렇게나마 애쓰는 겁니다.”

또 한 번의 연주회를 마쳤습니다. 이 마침은 새로운 시작의 동력이 될 겁니다.

또 한 번의 연주회를 마쳤습니다. 이 마침은 새로운 시작의 동력이 될 겁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사실 이들은 스스로 밝혔듯
‘생계형 음악가’ 입니다.

연주회를 한번 하려면
어렵사리 짬을 내서 연습해야 하고요.

스스로 돈 내고, 시간 내고, 마음 내서
어떻게든 올해에도
연주회를 해낸 겁니다.

더욱이 갑상샘암으로
성대를 다칠 수 있는 위기를 겨우 넘기고
1년 걸러 다시 합류한
강병주 성악가의 열정도 더해졌습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음악을 위한,  사람 냄새나는 음악을 위한 그들의 여정이 더는 좁은 길이 아니라 더불어 가는 넓은 길이 되기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음악을 위한, 사람 냄새나는 음악을 위한 그들의 여정이 더는 좁은 길이 아니라 더불어 가는 넓은 길이 되기를....

연주회 정리 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이들을 서게 했습니다.
더는 좁은 길이 아니라
더 넓은 길에서
이들의 뜻이,

이들의 열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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