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예측 불가능성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윤 후보가 정책 설계나 정치 일정 등을 논의하면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해야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 측 인사는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에 휘둘리듯 단발성 정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정책 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윤 후보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론에 따라 엉터리 정책을 남발했는데, 이와 반대로 예측 가능한 합리적인 사회가 돼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사회 구성원 역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상식과 법치 확립이 시급하다"는 논리라고 한다.
실제로 윤 후보는 최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집값으로 필요할 때 용이하게 취득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또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여론이 안 좋으니 '최고 부자에만 세금을 매길 테니걱정 마라' 이런 식으로 여론에 휘청대는 정책 변경은 안 된다”고 했다.
지난 12일 미국 방한단을 접견한 자리에선 “저는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와 국가 간 외교에서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고, 같은 날 외신기자들을 만나선 “예측 가능한 대북정책을 통해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윤 후보 주변에선 "상황에 따라 정책적 입장이 수시로 바뀌고, 기본소득과 부동산 정책 대변화를 주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캠프 내에선 "예측 가능한 윤석열, 예측가능한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게 어떠냐” 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예측 가능한 윤석열' 전략에 대해 정치권에선 "자기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공세적 수비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먼저 거론되는 건 경제계의 불안이다. 윤 후보를 두고는 재계 일각에선 "정책이나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에 비해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선 오히려 더 불안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윤 후보 입장에선 이런 불안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최근 즉흥 발언을 줄이며 안정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두환 공과 발언’ 사과를 위해 지난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을 때도 윤 후보는 원고를 품에서 꺼내 그대로 읽었다. 예정에 없이 마이크를 잡는 빈도도 줄었다.
당 선대위 인선 등을 두고도 윤 후보는 내부회의에서 “정해진 일정대로 예측 가능한 행보를 해야 한다. 정치인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식의 불안감을 국민께 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윤 후보 측 인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