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흉기 판치는 층간소음 갈등···‘112 식별코드’ 추가 검토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05:00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층간소음 사건을 ‘112 식별코드’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2 식별코드는 경찰이 112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할 때 즉각 상황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는 정보 분류 시스템이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등 최근 층간소음 갈등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면서 층간소음 식별코드를 별도로 둬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9일 “층간소음 관련 별도의 식별코드를 112신고 시스템에 신설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12 식별코드는 특정 범죄가 급증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패턴을 보인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셈이다. 경찰의 조치는 최근 국회에서 “층간소음 관련 국민 불안이 가중되어진 지 오래됐으나 관련 112 코드나 통계가 없다”(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온 것과도 맞물린 조치로 풀이된다.

112 식별코드에 층간소음 추가? 경찰 “검토 중”

112신고 접수코드(사건종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12신고 접수코드(사건종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12 신고가 들어오면 식별코드는 6가지 중분류(중요범죄·기타범죄·교통·질서유지·기타경찰업무·타기관)를 거쳐 58가지 사건명으로 세분된다. ‘중요범죄’라는 중분류에 살인·강도·치기·절도·납치·감금·성폭력·아동학대·데이트폭력 등이 소분류가 추가되는 식이다.

현재까지는 층간소음은 ‘시비’(중분류 기타범죄) 등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 관련 통계(신고 건수·출동 건수 등)가 따로 잡히지 않고 범죄 통계나 관련자 정보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 관련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식별코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싱 사기→동물 학대…코드는 범죄 변천사 보여줘

동물학대 범죄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동물학대 범죄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112 식별코드가 있으면 현장 출동 경찰관은 현장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건이 끝난 이후에는 범죄 분석과 대책 수립 등에 활용할 수 있다. 112 식별코드는 한 시대의 범죄 현상을 반영하는 셈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건 올해 1월 1일부터 별도로 분류된 ‘동물 학대’ 식별코드다. 동물 학대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에 따라 코드가 추가됐다. 지난해 1월엔 ‘피싱 사기’ 식별코드가 만들어졌다.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은 2018년 5월 코드가 만들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필요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현장의 요구 등을 종합해 식별코드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섣부른 도입? 충분한 논의 필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다만 경찰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 자체가 범죄라고 볼 수 없고 코드가 너무 늘어나면 직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경찰 출동으로 가해자가 범죄자가 된 듯한 느낌을 줘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별코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니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등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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