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프로필도 없는 30세 사할린 워킹맘, 尹캠프 합류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1.11.30 05:00

업데이트 2021.11.30 06:38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첫 주재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언론에는 27명의 선대위 추가 인선 명단이 공개됐다. 그 중 5명의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스트류커바 디나(91년생): 국제 무역 컨설팅 업체 대표’라는 낯선 이름이 포함됐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프로필조차 검색되지 않는 낯선 외국인 이름을 가진 그가 어떻게 제1야당의 대선을 이끄는 공동선대위원장이 됐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각자의 손가락으로 지문을 찍는 ‘공정 나무 심기’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스트류커바 디나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각자의 손가락으로 지문을 찍는 ‘공정 나무 심기’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스트류커바 디나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름만 놓고 보면 영락 없는 외국인인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검은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시대 러시아로 끌려간 뒤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노동자 부부가 그의 외조부모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인 아버지로 인해 서구적인 외모가 섞이긴 했지만 한반도에 뿌리를 둔 동포 3세다.

러시아에서는 흔히 고려인 3세로 불린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극동연방대학교에서 한국경제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된 전공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2007년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적십자의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사업을 통해 스트류커바 위원장의 외조부모가 그 해 한국 땅을 밟았고, 그도 5년 후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입국 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지난해엔 아예 한국으로 귀화해 정식 한국인이 됐다. 직장에 다니기도 했던 그는 현재는 외국인 남편과 함께 무역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런 그가 정치권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8월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 경선 캠프에서 청년특보를 맡았던 장예찬씨가 마련한 ‘상상 23’이라는 씽크탱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였다. 장씨는 “당시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아이를 보느라 온라인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이런 모습이 워킹맘의 현실이라는 걸 윤 후보가 굉장히 인상 깊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28일 열린 윤석열 캠프 청년위원회 발족 행사에 그가 다시 참석했고, 윤 후보는 참석한 위원 10명 중 그를 콕 집어 “당당하게 우리나라에 자리 잡아서 활발히 사회 활동을 하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했다.

스트류커바 위원장. 중앙일보

스트류커바 위원장. 중앙일보

스트류커바 위원장의 발탁은 정치적으로 여러 의미가 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했던 필리핀 이주 여성 출신인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 이후 두 번째로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주민 여성이다. 장예찬씨는 “스트류커바 위원장 영입은 그간 한국이 외교적으로 외면했던 사할린 강제 이주민을 보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중년 남성 일색인 선대위에서 그가 목소리를 내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청년위 행사에서 그는 “오늘(28일)도 아기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며 “워킹맘은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일을 쉴 수밖에 없어서 풀타임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결혼 뒤 육아 문제를 고려해 현재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류커바 위원장 임명에는 윤 후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공약조차 나오지 않은 선대위 단계에서는 인사가 곧 메시지”라며 “윤 후보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고서는 힘든 인사”라고 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스트류커바 위원장의 임명이 여의도식 문법에 맞지 않는 인사일 수 있으나 오히려 이것이 신선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줄탁동시’의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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